“올리브영 직원은 임직원 할인 40%에 ‘올영세일‘이 있는 달에 추가 쿠폰도 나와요…. 근속 연수 3·5·7·10년 차에 2주간 유급휴가가 나오고, 여기에 개인 휴가 2주까지 붙이면 거의 한 달간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어요.”
그룹 상반기 공개 채용을 진행 중인 CJ가 지난 19일 연예인과 각 계열사 직원을 출연시켜서 만든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내용이다. CJ는 신입 사원을 전원 비행기 태워 제주도 최고급 골프장인 ‘클럽 나인브릿지‘로 부른 다음 열흘간의 입문 교육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CJ 관계자는 “올해부터 그룹 임직원이 미국·일본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 KCON이나 음악 시상식 MAMA 현장에 참석할 수 있게 항공·숙박 등을 일부 지원하는 복지도 신설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젊은이들에게 가장 피부로 와닿는 ‘복지‘를 집중 공략하면서, 이달 초 한 채용 전문 기업의 구직 선호도 조사에서 SK·현대차·LG와 같은 쟁쟁한 기업들을 제치고 CJ가 2위에 오르는 이변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산 기준 재계 13위 기업이 삼성 다음으로 입사하고 싶은 그룹에 오른 것이다.
◇채용 시즌, 복지 경쟁
상반기 채용 시즌을 맞아, 대기업 사이에서 젊은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복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젊은이들의 관심사가 회사 비전이나 성장 가능성보다 고연봉과 복지로 크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HR 기업 인크루트의 최근 조사에서도, 대학생들이 입사 최선호 기업을 꼽은 이유가 3년 연속 ‘만족스러운 급여와 보상제도‘로 나타나는 등 이 같은 추세가 뚜렷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관심 업종‘(2020년), ‘성장 가능성과 비전‘(2021년), ‘본인의 성장과 개발 가능성‘(2022년)이 이유로 꼽혔는데 점차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4대 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요즘 취업 지망생들에게 복지는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사내 근무 환경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는 것 같다”며 “하루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다 보니 사내 복리 후생 시설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고 했다.
각 기업은 자사만의 특화된 복지를 개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규격인 50m 수영장 레인, 150m 조깅 트랙, 클라이밍, 스피닝 등 호텔급 피트니스 시설을 임직원에게 제공한다. SK하이닉스는 조·중·석식뿐 아니라 야식까지 하루 네 끼를 무료로 주고, 방학에는 임직원 가족을 회사 연수원으로 초청해 자녀에겐 영어·과학 합숙 교육을 시켜주고 부모는 휴식을 취하는 ‘에듀캉스’ 복지를 제공한다.
현대차는 대표적 복지인 ‘차량 구입 할인‘(10~30%)을 비롯해 자녀 출산 시 직원 부부에게 2박 3일 호텔 숙박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복지를 갖추고 있다. LG는 설·추석 명절 연휴에 추가로 하루를 더 쉬고, 탈모 비급여 처방까지 의료비를 연간 2000만원 한도로 지원해주는 제도가 인기다.
포스코는 제철소를 포함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격주 ‘주 4일제‘를 운영 중이고,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을 위한 ‘육아기 재택근무’ 제도도 마련했다. 롯데백화점은 대기업 최초로 ‘남성 의무 육아 휴직’ 기간을 최대 3개월로 늘렸고, 개·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도 장례 휴가를 하루씩 준다.
◇임단협에서도 복지 강화
최근 불황 속 노사 간 임단협(임금 단체협약)에서도 ‘복지 강화‘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협약을 체결하면서 자사주 30주 지급과 패밀리넷(직원몰) 200만 특별 포인트, 세 자녀 이상 직원 정년 퇴직 후 재고용 등을 포함시켰다.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임직원에게 보상으로 지급하고, 삼성 제품 구매를 늘리고, 숙련 직원을 재고용하는 식의 복지는 직원뿐 아니라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불황을 겪고 있는 포스코도 올해 임단협에서 출산 장려금과 복지 포인트 등을 일제히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불황으로 많은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서 복지를 과도하게 강화한다는 기업 내부의 문제 제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하지만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선 복지가 가장 큰 유인책인만큼 도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