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이 제안한 ‘이사 인원 상한(19인) 신설’ 등 안건이 통과됐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에서 고려아연 정기 주총이 열렸다. 경영권 분쟁 중인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측은 이날 주총에서 이른바 ‘상호주 제한’을 두고 크게 충돌했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약 25.4%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상호주 제한 유무에 따라 주총 결과가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이날 주총은 최 회장 측에 유리한 안건이 주로 통과됐다. 오전 11시 34분쯤 시작한 주총은 오후 1시 35분 기준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열린 임시 주총 표 대결 이후 두 달 만에 열린 정기 주총에서 양측은 다시 이사회 장악을 두고 경쟁했다. 지난 1월 23일 임시 주총을 앞두고, 최 회장 측은 호주 법인 SMC를 이용해 상호주 제한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영풍 의결권을 제한해 경영권을 방어했다.
상호주는 A 회사와 B 회사가 서로 보유한 상대 회사 주식을 가리킨다. 취득 자체가 금지는 아니지만 10%를 넘을 경우 전체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금지되는 ‘상호주 제한’ 대상이 된다. 임시 주총 기준으로 단순 보유 지분율로는 MBK·영풍 측(약 41%)이 최 회장 측(약 34%)을 앞섰지만, 영풍 보유 지분이 상호주 제한으로 묶여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이사가 선임돼 경영권을 방어했다.
그러나 이후 영풍 측이 ‘임시 주총 효력을 중지해달라’고 낸 가처분에서 법원이 ‘상호주 제한은 상법상 주식회사에 대해서만 성립하는데, SMC는 주식회사에 해당하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임시 주총 결과에 대해 무효 취지로 판단했다. 그러자 최 회장 측은 SMC가 보유하던 영풍 지분을 다시 주식회사인 자회사 SMH에 넘기고 상호주 제한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풍도 다시 가처분을 내고, 동시에 영풍이 보유하던 고려아연 지분을 지난 7일 현물 출자 방식으로 유한회사 ‘와이피씨’에 넘겼다.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 상호주 제한을 무효화하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정기 주총 하루 전날이었던 지난 27일 법원은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영풍·MBK 측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면서, 고려아연 측이 정기 주총과 이사회 주도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자 영풍 측도 가처분 결과가 나온 후 ‘주식 배당’ 카드로 반격했다. 영풍은 27일 오후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1주당 0.04주의 주식 배당을 결의했다. 영풍 측은 이로 인해 SMH의 영풍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하락했고, 상호주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8일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최 회장 측도 다시 반격에 나섰다. 고려아연 자회사 SMH는 28일 장외 매수를 통해 영풍 지분율을 다시 10% 위로 끌어올렸다. SMH는 케이젯정밀(옛 영풍정밀)로부터 영풍 주식 1350주를 장외 매수했다고 이날 오전 공시했다. 영풍이 지난 27일 배당한 0.04주까지 반영한 SMH의 지분율은 10.03%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는 이 같은 취지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이사 인원 19인 상한 안건이 통과된 것은 최 회장 측에 유리한 요인이다. MBK 측 인사가 이사회에 단기간에 진입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영풍 측이 다시 상호주 제한을 해소하고 지분율 우위를 바탕으로 최 회장 측보다 조금 더 많은 이사를 선임한다고 해도 이사회 과반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릴 전망이다. 정해진 기간 안에 엑싯(Exit·투자금 회수) 해야 하는 사모펀드에는 불리한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