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기 때부터 공을 들여온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가 방한, 지난 26일 본지와 인터뷰했다. 던리비 주지사는 석유·가스 수출을 통한 ‘에너지 패권’ 확보를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특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던리비 주지사는 ‘알래스카 LNG 세일즈’를 위한 이번 아시아 방문에서 대만과 태국에 이어 한국을 찾았고, 이어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 알래스카 최북단에서 천연가스를 생산, 남쪽까지 1300㎞를 가스관으로 육상 수송한 뒤 이를 LNG선에 실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팔겠다는 프로젝트다. 사업을 주도하는 알래스카주 공기업인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AGDC)에 따르면 투자 규모는 440억달러(약 64조원), 생산·수출 목표는 2029~2030년이다. 수송 거리와 수요 등을 감안했을 때,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이 주요 소비처로 꼽힌다.

지난 26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던리비 주지사는 이날 인터뷰 초반부터 “대만에서는 ‘홈런’을 쳤다”면서 한국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만중유공사(CPC)는 지난 20일 AGDC와 연 600만t 규모 구매·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프로젝트에서 예상되는 연간 생산량(2000만t)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던리비 주지사는 이날 인터뷰 내내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 있게 살펴보는 사안’ ‘한미 협력에 중요하다’면서 “LNG 수입이 무역 불균형을 없애고, 관세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던리비 주지사는 “마차(cart)보다 말(horse)이 먼저”라며 “핵심은 한국이 알래스카산 LNG를 구매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 철강, 조선, 기자재 업체 등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미래를 그렸지만,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한국의 구매 의사가 우선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한국이 ‘500만t’ ‘700만t’이 필요하다고 밝히면, 그때 가서 얼마나 많은 압축기 모듈과 운송 선박 등이 필요한지를 따져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MMBtu(영국 열량단위)당 6.7달러 수준인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면서도 우리나라에 싼 가격에 LNG를 공급할 수 있다는 약속은 하지 못했다. 국내에 들여오는 LNG 가격의 기준이 되는 JKM(동북아 LNG 가격)이 13달러 안팎인 가운데 업계에선 7~8달러 정도에 계약을 맺으면 이익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그 같은 인센티브는 내놓지 못한 것이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 참석한 프랭크 리처드 AGDC 대표는 ‘카타르 등 경쟁국보다 저렴하게 LNG 장기 계약을 맺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JKM 등 시장 가격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투자 규모 등에 대한 논란에 대해선 강하게 방어했다. 던리비 주지사는 “‘너무 돈이 많이 든다’ ‘이 프로젝트를 진짜 할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우리의 설명을 들으면 납득한다”고 했다. 과거 엑손모빌, BP 등의 투자 포기와 관련해선 “당시와 달리 가스 수요는 늘었고, 기술력이나 자금 조달 방법 등도 달라졌다”고 했다.

인터뷰 중간중간 한미 협력과 안보 측면 중요성 등 ‘사업 외적인’ 측면을 강조했지만, 정작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사업 참여와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묻자 다른 답변을 내놨다. 던리비 주지사는 “한국은 가스가 필요하고, 미국에서 공급하는 가스는 안정적이고, 안전하다”면서 “한국은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지 않고, 이 프로젝트는 경제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