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김병주

28일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이 이사회 15명의 이사 중 11명을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MBK·영풍 측은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삼았지만, 이날 자기 편 이사 수를 4명으로 늘리는 데 그치면서 실패했다. MBK 측은 이날 주총 결과에 대해 법적 대응 등을 예고한 상황이라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MBK 측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려면 향후 법원 결정이 유리하게 나와야 하고, 임시 주주총회 개최 등을 거쳐 집중투표제 하에서 이사 수를 점진적으로 늘려야 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승기를 잡은 것은 ‘상호주 제한’을 통해 MBK 측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한 것 덕분이었다. 상호주는 A회사와 B회사가 서로 보유한 상대방 회사 주식을 의미한다. 취득 자체는 금지되지 않지만, 10%를 넘을 경우 전체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지난 1월 23일 임시 주총을 앞두고, 최 회장 측은 호주 법인 SMC를 이용해 상호주 제한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영풍 의결권(25.4%)을 제한해 경영권을 방어했다. 그러나 이후 영풍 측이 낸 가처분에서 법원이 ‘상호주 제한은 상법상 주식회사에 대해서만 성립하는데, SMC는 주식회사에 해당하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무효 취지로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이번에는 SMC가 보유하던 영풍 지분을 상법상 주식회사인 자회사 SMH에 넘기고 상호주 제한이 성립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풍도 다시 가처분을 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러자 영풍은 지난 27일 주총에서 1주당 0.04주의 신주 배당을 결의해 상호주 관계 해소를 시도했다. 하지만 고려아연 측은 이날 오전 장외매수를 통해 SMH의 영풍 지분율을 다시 10.03%로 끌어올렸다. 고려아연은 이를 근거로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고 보고, 영풍이 보유한 지분 25.4%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채 주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의결권 기준으로 과반의 지분을 차지한 고려아연 측은 이날 주총에서 이사회 이사 수를 최대 19인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을 가결했다. 이날 주총 직전까지 이사회 이사는 최 회장 측 5명, MBK·영풍 측 1명이었는데, 고려아연 측 인사들이 대거 이사회에 진입하며 이사회 구조가 11대 4로 재편됐다.

하지만 이날 MBK·영풍 측은 주총 직후 상호주 제한이 위법이라는 취지로 “영풍의 의결권 제한으로 인해 왜곡된 정기주총 결과에 대해서 즉시항고와 효력정지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상호주 제한

상호주는 A 회사와 B 회사가 서로 보유한 상대 회사 주식이다. 취득 자체가 금지는 아니지만 10%를 넘을 경우 전체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금지되는 ‘상호주 제한’ 대상이 된다. 상호주가 경영권 우호 지분으로만 이용되거나 소액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 기업의 주식 10% 이상을 사들여, 없던 상호주 제한을 만드는 방식으로 적대적 M&A의 방어 수단으로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