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하루 새 6% 넘게 폭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하면서 석유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다 주요 산유국이 증산을 예고하면서 유가를 더 끌어내렸다.
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직전 거래일보다 4.76달러(6.6%) 내린 배럴당 66.9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4.81달러(6.4%) 떨어진 70.14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2022년 7월 11일 이후, 브렌트유는 2022년 8월 1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국제 유가 하락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한 상호 관세 정책의 충격으로 촉발됐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이에 대한 각국의 보복 조치가 물가 급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를 동시에 유발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했고, 원유 수요도 급감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로 투매 현상이 나타났다. JP모건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발표대로 시행될 경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거의 2%포인트 오르고 미국과 세계 경제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라크 등 OPEC+(오펙 플러스) 주요 산유국이 5월부터 하루 생산량을 41만1000배럴씩 늘리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유가 하락 폭을 키웠다. 다만 오펙플러스는 “점진적 증산은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일시 중단되거나 달라질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편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 원유 재고는 620만 배럴 증가해 시장 예상치(210만 배럴 감소)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예상을 뛰어넘는 재고량이) 시장 심리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