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로 불리며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연일 유독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 있다. 바로 ‘한국전력(한전)’이다. 지난 7일 코스피 지수는 5.57% 급락했지만 한전은 직전 거래일보다 2.05% 오른 2만2450원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 중 주가가 유일하게 오른 것이다.
한전은 8일 역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주가는 오후 1시 현재 2만2500원으로 전날보다 0.22% 올랐다. 장 초반 내림세로 출발했지만 개장 20여 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쏘아 올린 ‘R(경기 침체·Recession)의 공포’ 속에서도 한전이 큰 외풍을 받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내수주’인 한전이 미국발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전력 생산과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보니 한전 매출의 상당 부분은 국내 시장에서 발생한다. 수출 타격의 영향이 예상되는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업 종목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원전 발전량이 늘면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의 기준이 되는 SMP(전력 도매 가격)는 국제 유가 안정화로 최근 하락세를 보였다. 한때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격화하면서 100달러를 내다보던 국제 유가가 최근 60~7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SMP를 함께 끌어내린 것이다.
발전 단가가 저렴한 원전 발전량이 많아진 영향도 크다. 지난해 신한울 1·2호기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원전 발전량이 늘면서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 에너지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증권가에서 한전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주가 하락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한전에 대해 “글로벌 경기 둔화 속 ‘방어주’로서의 가치가 크다”며 “현재 최고의 주식일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올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4조16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인 3조68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대로라면 역대 1분기 중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셈이다.
다만 “갑작스러운 정산 단가 상승과 1월 산업용 전기 판매량 감소가 우려도 있다”면서도 “영업이익에 큰 변수가 되지는 않는다”고 이 리포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