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알짜 계열사인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wafer)‘를 생산하는 곳으로, 지난해 3155억원의 영업 이익을 거둔 알짜 기업이다. SK그룹은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3조원 이상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재계와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SK㈜는 SK실트론 경영권 지분 70.6% 매각을 위해 여러곳의 사모 펀드(PEF)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지분 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3위(12인치 웨이퍼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SK㈜는 지난 2017년 LG그룹이 갖고있던 LG실트론 지분 51%와 재무적 투자자 지분 19.6%를 약 7900억원에 인수했다. 나머지 지분 29.4%는 최태원 SK 회장이 사들였고, 이 지분은 이번 매각 논의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SK 측은 “리밸런싱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으로, 아직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SK실트론은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성장을 거듭했다. 매출은 2017년 9331억원에서 지난해 2조1268억원으로, 7년 새 2배 이상으로 커졌다. 영업 이익 역시 같은 기간 1327억원에서 3155억원으로 늘었다.
SK그룹이 SK실트론 매각 추진에 나선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현재 SK실트론 몸값이 5조원대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매각이 성사되면 SK㈜는 3조원 이상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SK그룹은 지난달 특수 가스 회사인 SK스페셜티 지분 85%를 약 2조6000억원에 한앤컴퍼니에 매각한 바 있다. 이를 포함하면 약 6조원 규모 유동성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SK㈜가 매각한 SK스페셜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에 쓰이는 특수 가스 생산 분야의 선도 업체로, 지분 15%를 그룹에 남겨둬 SK하이닉스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계속 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