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민간 원자력 산업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간 원자력 부문 협력 강화는 앞으로 이어질 한국의 사우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13일(현지 시각)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와 민간 원자력 협력을 위한 예비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리야드에서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과 회동한 뒤 나온 발언이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핵 협력과 참여를 위한 ‘123 협정’을 체결할 것은 분명하다”며 세부적인 합의 내용은 올해 말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 장관이 언급한 ‘123 협정’은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가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때 적용된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미 원자력법 123조에 근간을 두고 있어 ‘123 협정’으로 불린다.
그동안 사우디는 오랜 기간 미국에 원자력 에너지 개발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사우디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타국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해오면서 협상은 차일피일 지연된 실정이다.
이번에 미국이 사우디와 원자력 분야에서 손을 잡기로 한 것은 ‘중국 배제’에 토대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블룸버그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핵 프로그램 개발에서 중국과 협력하지 않으려는 것을 중요하게(critical) 보고 있다”는 해석을 전했다.
미국이 사우디와 원자력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원전 수출 시장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미국이 앞으로 재생에너지보다는 원자력에너지와 화석연료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원전 건설 인프라가 우수한 한국의 수출 환경이 더 유리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오는 6월 사우디에 1400㎿ 규모 신규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에 입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앞서 지난 2월 사우디를 방문해 대형 원전 건설과 전력망 확충 등에서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