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풍’이 반도체, 자동차뿐 아니라 명품까지 흔들고 있다. 프랑스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미국이 유럽산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버킨백’으로 알려진 에르메스도 다음 달 1일부터 미국에서 제품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17일(현지 시각) 열린 그룹 주주총회에서 미국 관세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량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LVMH는 연간 매출의 25%가 미국에서 나오지만, 일부 공방을 제외하면 미국 내 생산 능력은 ‘제로’에 가깝다. 대부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다.
아르노 회장은 유럽 정부를 향해 미국과의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히며 유럽 지도자들이 미국과 “현명하게 협상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미 여러 기업이 미국으로 생산을 이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결국 브뤼셀(유럽연합)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프랑스 명품 기업 에르메스는 다음 달 1일부터 미국에서 제품 가격을 올린다. 미 CNBC에 따르면, 에리크 뒤 알구에 에르메스 재무담당 부사장은 이날 1분기 실적 발표 후 애널리스트와의 통화에서 관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달 초 이미 부과한 10%의 보편 관세를 완전히 상쇄하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90일간 유예한 상호 관세 정책이 예고대로 시행된다면, 유럽 패션·가죽 제품에는 20%, 스위스산 시계에는 31% 관세가 부과된다. LVMH를 비롯한 명품 업계가 관세 타격을 크게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올 들어 LVMH 주가는 36%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1000억유로(약 162조원) 증발했다. 지난 15일에는 부진한 분기 매출로 프랑스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경쟁사인 에르메스에 내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