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부산 남구 경성대학교에서 열린 외국인 유학생 대상 취업박람회를 찾은 외국인 청년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 문화에 익숙한 젊은 유학생도 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사무직이나 연구직 분야 정규직 신입 사원으로 이들을 채용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김동환 기자

SK텔레콤의 AI(인공지능) 사업 부문에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온 나디아(30)씨와 튀르키예 출신 푼다(26)씨가 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이 회사 정규직으로 취업한 외국인이다. 회사 측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AI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한국에서 해오던 관습과 익숙함을 뛰어넘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역량이 필요해 외국인 채용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도 지난해부터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채용 전제형 인턴을 공개 모집하고 있다. 이달 초에도 연구개발(R&D), 사업, 기획 등 내국인과 동일한 직무에서 5주간 일할 인턴을 모집하는 채용 공고를 냈다. 근무 성적이 우수할 경우 정직원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그래픽=송윤혜

우리 산업계 안팎에선 그간 외국인 채용이라고 하면, CEO(최고경영자)나 희소한 R&D 인재를 스카우트해 오는 것을 제외하면, 단순 노무 직군을 떠올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외국인들이 기업의 기획·사업 등 사무직이나 연구직 분야 정규직 신입 사원으로 채용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다. 특히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중견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표 대기업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순한 인력 보완이 아니라, 이들을 ‘전문 인재’로 보는 시선이 기업 현장에서 점차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그래픽=송윤혜

◇대기업들도 ‘청년 외국인’ 찾는다

대기업들이 20~30대 한국 청년뿐만 아니라, 젊은 외국인 인재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갈수록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 학교까지 나온 외국인 유학생들은 모국어는 물론,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모두 익숙해 당장 현장에 투입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거기다 국내에서 이들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가요, 드라마, 음식 등으로 한국 문화가 널리 알려지며 한국에 호감을 느낀 외국인 청년이 많아진 여파다. 외국인 유학생 숫자는 2022년 19만7000명에서 2024년엔 26만3000명으로 증가해, 지금 추세면 올해 말 3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다수도 한국에 남아서 일하고 싶다는 의지가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외국인 유학생 8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졸업 후 진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5%가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을 희망했다. 이유는 ‘한국에 계속 살기 위해서(35.2%)’, ‘본국 대비 높은 연봉 수준(27.7%)’,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서(25.6%)’ 등이었다.

이런 배경과 기업들 수요가 맞물리면서 외국인 청년들이 우리 기업에 채용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SK나 현대차그룹 외에도 매출 96%를 해외에서 올리는 LG이노텍이 2023년부터 국내 대학 등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중 지원을 받아 인턴을 선발하고 있다. 중견기업 오뚜기 역시 신입 사원을 뽑을 때, 내국인과 별도로 외국인을 뽑는다.

◇확산 중이지만 아직 제약 많아

기업들의 국내에 있는 외국인 청년 채용 수요가 조금씩 늘면서, 청년 외국인 채용 관련 서비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HR(인사) 플랫폼인 잡코리아는 지난해 외국인 구인·구직에 특화된 앱 ‘클릭’을 출시했는데, 전체 프로필 등록 건수 2명 중 1명은 20대로 집계됐다. 사람인도 지난해에 기업을 대상으로 외국인 인턴 채용 신고를 무료로 돕는 비자 대행 이벤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중소기업계에선 한발 더 나아가 외국인 청년을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제조업 등 생산직 분야로 더 많이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 일하려면, 전문 외국인 인력에게 발급되는 E-7(특정활동) 비자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유학생 가운데 E-7를 받은 이는 전체 유학생의 1%에도 못 미치는 2407명에 불과하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학생들은 이미 한국 사회에 익숙해 우리 산업 현장에 적응할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