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시아 전역에 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경제 회복의 약한 고리가 되고 있다고 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서구 선진국들이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경제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델타 변이의 확산과 낮은 백신 접종률로 인해 ‘글로벌 생산기지’의 이점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에서는 코로나 재확산에 의한 피해가 특히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등이 강화되면서 제조업 생산이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6월 초 비필수 업종에 대해 공장 폐쇄 명령이 내려졌다. 의류업을 비롯한 비필수 업종 회사들에 비상이 걸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의류 공장이 계속 가동되고 있지만, 베트남 등 주변 국가의 봉쇄 조치 탓에 원재료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게 현지 기업인들의 전언이다.
한국과 중국은 주요 수출품의 수요가 커지면서 반사이익을 봤지만 WSJ는 “수출 엔진이 느려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민간과 정부에서 각각 발표하는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모두 1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우 PMI의 하위 지수인 신규수출주문지수는 47.7로 작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가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수출 주문이 감소했다고 보고한 업체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한국의 경우 전년과 비교할 때 지난 6월에는 39.8%, 7월에는 29.6%의 수출량 증가가 있었지만, 향후 몇 달간 공급망 불확실성을 포함해 비슷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WSJ의 예상이다.
HSBC 아시아경제연구소의 프레더릭 노이만 공동소장은 “바이러스의 즉각적인 위협은 몇 달 내에 가라앉겠지만, 경제적 영향은 한참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아시아의 봉쇄 조치가 이미 차질을 빚고 있는 국제 공급망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금융회사 나티시스의 이코노미스트 트린 응겐은 “코로나를 억제하는 2020년 전략은 단순히 시간을 버는 것에 불과해 앞으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했다.
델타 변이 확산세로 인해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 계획도 불투명해졌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경기 위축 우려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에 긴축을 시작할 가능성이 커져 아시아에서 해외 자본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위험이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