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이 27일(현지시각)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이달 FOMC 금리 인상 결과와 향후 정책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7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아 0.75%p의 금리 인상이 적절했다”며 “그러나 (다음부턴)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인플레 대응에 집중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경우 고강도 금리 인상의 고삐를 늦추겠다는 뜻이다. 뉴욕증시는 파월 입에서 나온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에 환호하며 폭등 수준으로 올랐다.

파월 의장은 이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6월에 이어 두 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0.75%p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직후, 바로 다음 FOMC가 열리는 9월 연준의 움직임에 대해 “9월에도 이례적인 큰 폭의 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다”면서”지금부터 그때까지 나오는 데이터(경제 지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 기조가 계속 긴축으로 가면서 누적되는 정책 조정이 경제와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준은 3월 3년만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래, 5월 0.5%p, 6월과 7월 각각 0.75%p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4개월만에 기준금리를 2.5%까지 올리며 인플레 잡기에 나섰다.

27일 뉴욕증시 객장에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기자회견이 TV로 생중계되고 있다. 파월 의장이 향후 금리 속도 조절론을 시사하면서, 나스닥이 4% 넘게 폭등 마감하는 등 뉴욕증시가 환호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직 미국 소비자·생산자 물가가 모두 고공행진 중이고 임금도 크게 높아졌지만, 이런 인플레가 얼마나 지속될 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각국이 일제히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침체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고 미 평균 시중유가도 고점 대비 1달러 가까이 하락했다. 각종 식품·상품 가격도 하락세여서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9.1% 올라 정점을 찍은 뒤 ‘물가 정점론’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전황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한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모기지 금리가 올라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대기업들이 감원에 나서는 등 경기 침체 모드로 돌아섰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준이 두달 뒤인 9월에 인플레, 아니면 실업 등 침체 지표 중 어느 쪽을 더 심각하게 보느냐에 따라 고강도 금리 인상이 계속될 지 판단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파월 의장은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초래한다는 우려에 대해 질문을 받고, “현재 미국이 경기침체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제에서 아주 잘 기능하고 있는 영역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면서 “노동시장이 매우 강한데 경기 침체에 진입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반드시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재차 말했다.

이날 파월 회견 직후 뉴욕증시는 크게 급등했다. 미 금리 동향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4% 폭등 마감했고, 다우지수는 1.36%, S&P500 지수도 2.62% 각각 급등했다. 통상 ‘자이언트 스텝’ 같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중앙은행이 돈줄을 죄면 위험자산 투자처인 증시는 위축되곤 한다. 그러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9.1% 쇼크에 따라 연준 안팎에서 불거진 ‘1%p 울트라 스텝’ 금리 인상 우려가 불식됐을 뿐 아니라, 향후 금리 인상 폭 둔화 가능성까지 나오며 증시가 환호 랠리를 펼쳤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