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컴퓨터인 양자컴퓨터에서 미국과 중국, 유럽 등에 밀린 일본이 내년에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다. 민간기업인 후지쯔와 일본 국책 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양자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실제 사용 가능한 양자컴퓨터 범용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양자 컴퓨터는 현재의 0과 1로 계산하는 컴퓨터와 전혀 다른 양자 역학에 기반한 기술로, 계산 능력이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상향된다. 금융시장의 예측이나 신소재, 신약 개발 등에서 활용이 예상된다. 이 분야에선 미국 구글이 한발 앞 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신문은 “일본 기업이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양자 컴퓨터 범용 제품을 내놓는 첫번째 사례”라며 “차세대 기술 개발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후지쯔와 이화학연구소는 21년 4월에 사이타마현 와코시에 제휴 센터를 설치해, 약 20명의 연구자가 양자컴퓨터를 개발해왔다. 그 성과를 23년에 실제 범용제품의 형태로 내놓고, 이를 일반 기업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초기에 진공관 컴퓨터가 기업에서 쓰이다가 퍼스널컴퓨터의 형태로 진화한 것처럼, 초기 버전을 기업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후지쯔는 올 4월부터는 후지필름과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재료 설계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앞으로 이런 형태의 기업간 양자컴퓨터 활용 프로젝트를 넓혀, 양자컴퓨터 관련 활용 지식을 축적할 예정이다. 닛케이는 “일본에선 21년에 미국 IBM이 자사 개발의 양자 컴퓨터를 가와사키시에 설치한 사례가 있지만, 해외와 비교해 개발은 늦었다”고 보도했다.
후지쯔와 이화학연구소의 양자 컴퓨터는 구글이나 IBM과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극저온에 식혀 전기저항을 없애고, 초전도 회로에서 계산하는 방식이다. 양자컴퓨터는 통상 양자비트의 수를 가지고 개발의 수준을 판단한다. 후지쯔가 2023년에 내놓는 범용형 양자계산기는 64양자비트다. 양자컴퓨터 분야의 획기적인 사건은 2019년 구글의 이른바 ‘양자초월’이다. 당시 구글은 슈퍼컴퓨터로 푸는데 1만 년 걸리는 문제를 약 3분 만에 풀어냈다. 당시 구글은 53양자비트를 썼는데, 후지쯔는 이보다는 앞선 것이다. 하지만 IBM은 21년에 127양자비트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쯔는 2026년 이후에 1000 양자 비트의 실현을 목표로 삼고, 본격적인 양자컴퓨터 개발 전쟁이 뛰어든다.
닛케이는 “양자컴퓨터는 앞으로도 넘어야할 개발의 벽인 높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알 수 없다”며 “일본이 강점을 가지는 초전도 제어 기술 등을 살리면 반격의 여지도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