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당대회를 통해 공산당 총서기직 3연임을 확정하고 1인 지배 체제를 강화하자, 글로벌 자본시장의 중국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시진핑 독재’ 리스크와 중국의 반(反)기업 정책 우려에 ‘차이나 런(China Run·차이나와 부실 징후가 큰 금융사에서 예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의 합성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 주말 중국 공산당 당대회가 끝난 뒤 24일(현지 시각) 개장한 미국 뉴욕증시에선 중국 주요 기업들이 주가 폭락 사태를 겪었다. 대표 기술주 알리바바가 12.5%, 핀둬둬가 24.6% 폭락 마감하는 등 징둥닷컴·차이나텔레콤·넷이즈를 포함한 5대 중국 기업 시가총액만 하루 새 521억7000만달러(약 75조원) 증발했다. 뉴욕에 상장된 중국 기업 65곳 시총은 734억달러(약 105조4000억원) 날아갔다. 이 기업들로 구성된 ‘나스닥 골든 드래건 차이나 지수’는 14.4% 급락, 올 초 대비 반 토막이 났다.
뉴욕타임스는 “시진핑 충성파들이 ‘경제성장과 고용 둔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정치·안보에 사활을 걸겠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시장의 대량 투매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앞서 24일 홍콩증시에서 중국 기술주가 무너지며 항셍지수가 6.36% 폭락하고, 당대회 기간 당국의 투매 금지령에도 본토 증시가 3% 급락한 데 이어 25일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달러 대비 위안화는 25일 7.33위안대까지 급등, 2008년 금융 위기 이래 위안화 최약세를 기록 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진핑 주석 3기가 시작되자 중국의 부유층들이 높은 세금과 개인 안전 등을 이유로 자국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및 중국 부유층을 고객으로 둔 한 변호사는 시 주석의 3연임이 중국 부자들에게 전환점이 됐다며 그들에게 ‘대피 계획’을 세워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FT에 말했다. 싱가포르 법무법인 덴튼스 로딕의 관계자도 이 같은 움직임을 전하면서 중국 부유층이 이사해 살기를 바랐던 홍콩도 중국이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덜 매력적인 곳으로 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