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미 금융권 연쇄 도산의 공포가 휩쓸면서 13일(현지시각) 뉴욕증시가 폭락하는 ‘블랙 먼데이(Black Monday)’가 펼쳐질 것으로 우려됐지만, 블랙 먼데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나스닥은 상승 마감했다. 13일 뉴욕증시 마감 결과 다우지수는 0.28%, S&P500은 0.15% 각각 소폭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45% 올랐다. SVB발 공포가 일단 진정되면서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전날인 12일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가 SVB 등 파산 은행의 예금을 한도를 넘더라도 전액 보호하겠다는 파격 조치를 내놓은 데 이어, 이날 개장 직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에 나서면서 금융 패닉 확산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SVB 사태로 인해 시장 경색을 우려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출 것이란 예상이 확산되면서 증시에 ‘반전’이 일어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SVB의 지급불능 사태 자체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미 국채 가격 폭락으로 빚어진 현상이다.
연준은 당초 이달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초 0.5%포인트의 ‘빅스텝’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고했지만, 지난 10일 터진 SVB 사태와 그 여파에 따른 다른 지역 기반 중소은행들의 추가 줄도산 조짐이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에 제동을 걸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통상 ‘연준의 금리인상 행진은 뭔가 크게 깨져야 끝난다’는 속설이 있다”며 “이번엔 그 계기가 SVB 사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12일까지만 해도 연준의 3월 금리인상 폭이 0.25%p의 ‘베이비스텝’으로 지난달과 같은 수준으로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13일엔 골드만삭스 등 월가에서 “이달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고 동결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13일 오후 5시 현재 시카고 페드워치(CME)에선 연준의 3월 빅스텝 금리인상은 0%가 됐고, 금리 동결 전망은 41%, 베이비스텝 전망은 59%로 반영됐다.
실제 13일 기준금리 인상 동결 전망이 확산하면서 미 국채시장에선 2년물 금리가 하루만에 53bp나 급락, 지난주 5%에 육박하던 수익률이 이날 4.053%까지 떨어졌다. 하루만에 2년물 국채 수익률이 이렇게 많이 빠진 것은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36년만에 최대 낙폭이다.
다만 SVB와 비슷한 성격의 지역 기반 중소은행들은 여전히 큰 주가 폭락을 기록하며 금융권 위기의 불씨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다음 타자가 역시 고금리로 타격받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계가 될 것이란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13일 뉴욕증시에서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스타트업 중심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전장 대비 62%나 폭락하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돼 장중 거래가 수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팩웨스트 뱅코프, 앨리파이낸셜, 키코프, 피프스 써드 뱅코프, 코메리카 등 비슷한 중소은행들도 일제히 주가가 폭락했다. 미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면서 이날 S&P500의 은행 관련주는 총 3%대 하락세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