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기업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기업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폭락했다. 3분기 연속 200%대 성장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성장이 둔화됐다는 시장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28일(현지시각) 실적발표에서 2분기(5~7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300억 달러(약 40조1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3분기(8~10월) 매출은 약 325억 달러(약 43조4687억원)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월가 전망치 317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이 3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은 높아진 투자자들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다.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2.10% 하락 마감한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7% 가까이 떨어진 가격에 거래중이다. 낙폭은 한때 8%까지 기록했으나 일부 만회했다.

블룸버그는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3분기 매출 예상치가 시장 평균 예상치를 넘어서긴 했지만, 최고 예상치 379억 달러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 역시 시장의 예상치를 넘어서긴 했지만 최근 6분기 중 가장 낮은 수준(4.1%)이라고 설명했다.

카슨 그룹의 라이언 디트릭 수석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성장 폭이 예상보다 훨씬 작았다”며 “향후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었지만 이전 분기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122%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훌륭한 회사지만, 이번에는 기준이 너무 높게 설정됐던 것 같다”고 했다.

CNN 방송도 “엔비디아가 또다시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지난 2년간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이 정도 수치만으로는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차세대 AI 반도체 칩 ‘블랙웰’의 디자인 결함을 인정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언론들은 “블랙웰 시제품에서 설계 결함이 나와 출시가 내년 1분기로 지연됐으며 구글 등 고객사에 통보를 마친 상태”라고 잇달아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블랙웰 칩의 생산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공정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이 원활하지 않다는 세간의 우려를 인정한 셈이다. 다만, 블랙웰이 4분기에 출하될 예정이며 수십억 달러의 추가 매출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블랙웰에 대한 기대가 엄청나다”고 강조했으나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엔비디아는 이날 500억 달러의 자사주 추가 매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이날 종가 기준으로 두배 이상 올랐다. 지난해에도 239%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서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많이 올랐으며, 시장 가치는 3조 달러 이상이다. 이는 10개 대형 반도체 기업 가치를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