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에 더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28일(현지 시각) 뉴욕증시가 급락했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화면을 보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더해지며 뉴욕 증시가 급락했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대형 기술주들이 동반 폭락했으며,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8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15.80포인트(-1.69%) 내린 4만1583.90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2.37포인트(1.97%) 떨어진 5580.94를 기록했으며, 나스닥종합지수는 481.04포인트(-2.7%) 내려간 1만7322.99에 마감했다. S&P500 지수는 지난 10일(-2.7%) 이후 가장 큰 낙폭이며,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뉴욕 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약세를 보인데 이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전월 대비 0.4% 오르며 예상을 뛰어넘었다. PCE 가격지수는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물가 지표다. 함께 발표된 2월 실질 개인소비지출 증가율도 전월 대비 0.1%에 머물렀다. 앞서 전문가들은 올해 1월 한파 등의 영향으로 개인소비지출이 2월 들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반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미국 미시간대도 이날 미국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가 3월 57.0으로 지난 14일 발표한 잠정치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히면서 소비 심리가 예상보다 더 악화됐다는 분석에 힘을 실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가 고조되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데다 다음 달 2일 상호 관세 발표를 예고하면서 ‘관세 전쟁’이 격화될 것이란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관세 정책이 무역 전쟁을 촉발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도 급격히 냉각시켰다. 테슬라(-3.53%), 엔비디아(-1.58%), 메타(-4.29%), 아마존(-4.33%), 마이크로소프트(-3.02%), 알파벳(-4.88%), 애플(-2.68%) 등 기술주를 이끌던 ‘매그니피센트7’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2021년 이후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지목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코어위브는 이날 뉴욕 증시에 상장했지만 공모가인 40달러를 간신히 유지하며 장을 마감했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는 급부상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3086.70달러까지 치솟으며 종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전장보다 0.8% 오른 온스당 3114.30달러를 기록하며 종가 기준 종전 최고 기록을 뛰어넘었다.

AXS인베스트먼트의 그레그 바숙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있어 또 하나의 큰 경고 지점인 관세의 인플레이션 영향이 아직 지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지금이 ‘폭풍 전야’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라며 “향후 수개월간 인플레이션은 낮아지기보단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