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K뷰티 열풍이 부는 가운데, 이 분야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산 화장품이 프랑스를 제치고 수출 국가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31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국제무역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작년 대미 화장품 수출액이 17억100만 달러(약 2조5073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구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명품 브랜드 화장품을 주로 판매하는 프랑스(12억6300만 달러‧약 1조8617억원)를 넘어선 수치다. 캐나다, 이탈리아, 중국, 멕시코 등이 뒤를 이었다.
K뷰티의 선전은 한류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기업들은 제품 협찬을 활용해 스틱 밤부터 LED 페이스 마스크까지 다양한 제품을 미국 시장에 판매했다. 이를 반영하듯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전년 대비 20.6% 증가한 102억 달러(약 15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한동안 호황을 누렸던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 소비가 둔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업계는 틱톡‧레딧 등을 통한 온라인 판촉이나 코스트코‧아마존 등과의 제휴를 통해 미국 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콜마는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국에 두 번째 공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국내에서 외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한 매출이 140% 증가함에 따라 미국에 첫 매장을 열 계획이다.
한국 화장품 기업의 인기 또한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해외 화장품 기업은 한국 기업과 18건의 인수·합병( M&A)을 진행했는데, 역대 최다 건수다.
일례로, 프랑스 투자회사인 아키메드는 지난해 배우 이영애가 모델인 미용 스킨케어 기술 회사 제이시스 메디컬을 인수했다. 사모펀드 KL&파트너스는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등장하는 세럼 제조업체 만요 팩토리의 지분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 화장품의 약진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 에스티로더, 일본 제조업체 시세이도가 올해 1분기 순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NH투자증권의 정지윤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한국 화장품 회사들에 기회의 땅”이라며 “글로벌 소매업체들은 자사 매장에 더 많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