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금호사거리에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 매장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작년 10월 과자 가게가 있던 자리에 메가커피가 먼저 들어섰고 그 옆에 있던 개인 창업 카페가 올해 4월 문을 닫자 한 달 뒤 컴포즈커피가 문을 열었다. 한 커피 전문점 관계자는 “상권이 포화 상태라도 경쟁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출점한 경우”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빌딩 1층에는 컴포즈커피, 메가커피, 이디야커피가 나란히 영업 중이다.

코로나 여파로 테이크아웃 커피 수요가 늘면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사진은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이디야커피 매장이 나란히 들어선 서울 종로구 한 빌딩의 1층 상가 모습. /고운호 기자

◇1년 새 카페 1만3000개 늘고…매장 수천개 저가 커피 우후죽순

코로나 때문에 테이크아웃 수요가 폭증하면서 커피 전문점이 전국에서 우후죽순 늘고 있다. 3000여 매장을 운영 중인 이디야커피에 이어 메가커피가 지난달 2000호점을 돌파했고, 컴포즈커피도 1720개 매장을 열었다. 빽다방(1100여 개), 더벤티(1000개)도 몸집을 키웠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커피 음료점은 총 9만463개로 1년 전보다 1만 2920개 늘었고, 전달인 5월(8만9668곳)과 대비해서도 795개가 증가했다. 지난 1년간 전국에서 하루 평균 35곳씩 카페가 문을 연 셈이다. 카페 수가 처음으로 9만개를 넘어서면서 전국 편의점 수(5만415개)보다 무려 4만개 이상 많아졌다.

◇거리 제한 없는 출점… 편의점은 자율 규약 3년 연장

커피 가게가 이처럼 폭증하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1억원대 투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고, 매장을 여는 데 한 달이 걸리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고 나면 커피점들이 들어서면서,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에는 동일한 브랜드 커피가 100여m 거리를 두고 입점하는 경우마저 생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사보다 같은 브랜드가 더 무섭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저가 커피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박리다매 전략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경쟁 브랜드뿐 아니라 동일 브랜드와도 상권을 나눠 가지면서 매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유사한 문제를 겪은 편의점 업계는 2018년 12월 출점 제한 자율 규약을 도입했고 지난해 말 이를 3년 연장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도입한 이 규약은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 제한 기준인 50~100m 이내 편의점 신규 출점을 제한한다는 내용으로, 3년간 위반 사례가 9건에 그쳐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커피 전문점 시장도 이런 식의 자율 규약 도입 말고는 정부가 강제로 출점을 제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가 지난 2012년 ‘모범 거래 기준’을 설정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대해 500m 출점 제한을 도입했다가 “기업 활동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2년 만에 폐지한 전례도 있다.

◇손흥민·정해인 모델 내세우고 간판 교체비 지원도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당장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출혈 경쟁이 격화되면서 결국은 가격 인상으로 저가 커피라는 강점이 희석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메가커피는 지난 6월 일부 커피 가격을 200~300원 인상한 데 이어 지난 1일 디저트류도 100~400원씩 올렸다. 컴포즈커피와 빽다방도 각각 올해 상반기 음료 가격을 올렸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은 갈수록 치솟고 있다. 메가커피는 지난 6월 축구 선수 손흥민을, 컴포즈커피는 지난달 배우 정해인을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모델료가 비싸 어지간한 대기업들도 세우기 어려운 모델을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내세운 것이다. 빽다방은 업종을 바꾸는 매장 10곳에 선착순으로 간판 비용 300만원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의 무리한 출점과 차별화 실패 사례가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테이크아웃 수요 반사이익이 끝나면 레드오션이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