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특별 사면 이후 베트남으로 첫 공식 해외 출장을 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내년까지 호텔롯데의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 1일 저녁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롯데호텔 사이공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호텔롯데 상장은 좀 기다려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내년에도 상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일 롯데가 호찌민 투티엠 신도시에 추진 중인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하노이에서 호찌민으로 건너온 신 회장은 서류가방과 백팩을 둘러멘 모습이었다.

◇ 장남 동행 베트남 신도시 착공식 참석한 신 회장 “호텔롯데 상장 좀 기다려보는게 좋겠다”… 기업가치 인정받도록 지배구조 개편 시기 조정할 듯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미루는 이유에 대해 “요즘 여러 가지 문제도 있기 때문에 상장은 좀 기다려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호텔롯데는 롯데물산·롯데알미늄·롯데렌탈·롯데건설을 지배하는 중간 지주사이며 일본 롯데홀딩스가 대주주다. 그간 호텔롯데 상장은 한국 롯데의 지배력 강화와 롯데지주사 전환을 위한 핵심 작업으로 꼽혀왔다. 신 회장이 추진하는 ‘뉴롯데’(New Lotte)의 핵심이 ‘지배구조 개편’에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일 베트남 호찌민시(市)에서 열린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 참석한 신동빈(앞줄 왼쪽서 셋째) 롯데그룹 회장. 신 회장 바로 뒷자리에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가 앉아있다. /호찌민=이미지 기자

신 회장이 내년까지 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코로나 상황이 종식되고 면세사업·해외 호텔 사업 실적이 완전히 회복되고 난 뒤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를 전략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이 말한 상장을 미루는 ‘여러 가지 문제’ 역시 이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호텔롯데는 올 상반기 매출 4059억원을 기록했지만 585억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 상반기(1215억원 적자)보다 적자는 줄었지만, 호텔롯데의 주요 사업 부문인 면세 사업 실적은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2015년 인수한 미국 뉴욕팰리스호텔도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시장 재진출은 “여러가지 어려워 상황 안좋다”…베트남은 “국가 주석 만나 추가 프로젝트 하기로”

신 회장은 앞서 지난달 31일 하노이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베트남 추가 투자 계획을 밝혔다고 했다. 그는 “(푹 주석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면서 “현재 하는 투자 외에도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특별 사면을 받은 후 첫 공식 출장지로 베트남을 정한 것도 롯데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롯데는 현재 호찌민에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건설 외에도 하노이 스타레이크 신도시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롯데리아·롯데마트·롯데면세점을 확대하고, 롯데백화점을 포함한 쇼핑몰 건설도 추진한다.

반면 신 회장은 중국 시장에선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중국 시장 재진출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신 회장은 “중국엔 여러 가지 어려운 것이 있어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는 한때 중국에서 롯데백화점 5개점, 롯데마트 119개점을 운영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사업을 정리해 왔다. 마지막 남은 점포인 롯데백화점 중국 청두점은 올해 안에 매각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또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특사)로 선정된 것에 대해 “저 역시 베트남에서도 푹 국가주석을 비롯해 여러 사람을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에 협력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2일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 현장에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행사 공간을 만들고 관련 내용을 홍보했다.

◇ 동남아 사업 본격 확대

신 회장은 2일 열린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와 함께 참석했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일행도 함께했다. 판 반 마이 호찌민시 인민위원장과 나란히 신 회장 뒤편에 앉은 신 상무는 신 회장이 축사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한국 롯데 계열사 임원들의 사진 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이날 착공식에서 “올해는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지 30주년을 맞는 해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롯데그룹은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베트남 호찌민의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건설에 9억달러(1조2300억원)를 투자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동남아시아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반텐 주에도 39억달러를 투자해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