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은 2020년 하반기부터 자사가 운영하는 ‘챗봇’을 ‘공부’시켜 왔다. 고객들이 했던 질문과 상담사와 나눈 갖가지 대화 5만2000여건을 챗봇에게 학습시킨 것이다. 개인정보를 제외한 100여가지 환불·반품 요청과 관련된 질문을 챗봇에게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입력하고, 때론 고객들의 엉뚱한 질문을 받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받아치는 대답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고객이 “나 오늘 기분이 좋아”라고 말하면 “고객님이 기분이 좋다니 저도 좋네요. 다른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라고 대답하고, “먹을 것 좀 추천해줘”라고 하면 “지금 행사 중인 신선 식품을 보여드릴게요”라고 안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기업들이 고객들의 불만을 24시간 처리할 수 있는 ‘챗봇’(chatbot·문자 또는 음성으로 대화하는 기능이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또는 인공 지능)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가 강화될수록 고객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챗봇이 고객 서비스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사람 말 찰떡 같이 알아듣는 AI
SSG닷컴은 1년 반 동안 딥러닝을 통해 개발한 챗봇으로 지난 6월 소위 ‘자연어’가 가능한 챗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예전엔 챗봇과 대화할 때도 ‘배송 문의’ ‘신선도 문의’처럼 업체가 설정한 메뉴를 텍스트로 입력해야만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었지만, 이젠 AI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구어체를 어느 정도까지 쓸 수 있게 됐다.
가령 “맛이 좀 이상해요”라는 쓰면 ‘신선도 문의’로 연결하는 식이다. 고객이 자주 사는 물품에 따라 연관 상품도 추천한다. 육류 고기를 많이 사는 고객에겐 소스나 채소를, 스포츠용품을 자주 사는 고객에게 관련 의류를 추천하는 식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음성 자연어 인식’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챗봇의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이 강화되면서 2020년 5~6%였던 챗봇 문의 처리율도 20%까지 늘었다.
CJ대한통운은 고객 말의 문맥도 파악하는 ‘AI 챗봇 2.0′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챗봇을 이용하는 비율이 2019년 10%에서 최근 22%까지 늘어나자 AI의 ‘문장 의미 분석 기능’을 강화시켰다. ‘내 택베 언제 베송될까?’처럼 오타나 비문, 맞춤법 오류가 생겨도 AI가 알아서 문장의 맥락을 파악해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했다.
롯데온은 고객이 문의할 것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서 먼저 보여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예를 들어 최근 이벤트에 응모한 고객이 챗봇을 실행하면 ‘응모 이벤트 결과’를, 물건을 구매한 고객에겐 ‘상품 배송 일정’을 메시지 팝업을 먼저 띄우는 식이다. 고객이 물어볼 만한 것을 먼저 보여주고, 추가 문의를 받으니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상담사 연결 없이 챗봇으로만 문의를 처리하는 비율이 2020년보다 30% 늘었다”고 했다.
◇감정노동 없고, 24시간 응대 가능
업체들은 비대면 챗봇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어릴 때부터 SNS 메신저로 소통하는 데 익숙한 MZ세대의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콜센터 운용에 드는 인건비를 줄여나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감정 노동인 콜센터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콜센터 운영이 쉽지 않았다”면서 “갈수록 사람처럼 말하는 챗봇 개발에 집중하는 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