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이 잇따라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국내 여행 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이달 초 개천절·한글날 황금연휴 때는 해외로 떠난 여행객이 작년 같은 기간의 20배가 넘었을 정도다. 하지만 정작 여행사들은 일할 사람이 없어 발을 구르고 있다. 코로나로 기존 인력이 대거 떠난 데다 여행 업계에서 일하려는 구직자도 급감한 탓이다.

14일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와 ‘인터파크’는 “지난 1∼10일 양 사의 해외 패키지 여행 예약과 항공권 예약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10%, 2431%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로 데이터를 공유해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다. 패키지 상품의 경우 인기 1위는 베트남(39%)이었고 다음이 태국·일본(각 18%), 필리핀(17%) 순이었다. 국제선 항공권도 1위 베트남(17%)에 이어 태국(11%), 괌·필리핀(각 10%), 미국(8%) 순이었다.

이처럼 해외여행이 본격 재개됐지만 여행 업계는 인력난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한 중소 여행 업체 대표는 최근 전국의 관광 관련 학과 교수들에게 졸업생·졸업 예정자 추천을 부탁하는 전화를 돌렸지만 채용에 실패했다. 여행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3년 사이 관광 전공 학생들이 이미 진로를 바꿔 지원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취업 플랫폼 ‘인크루트’에 따르면 코로나 전인 2019년 8월 여행·레저업 채용 공고는 1만8801건이었고, 9만9098명(이하 중복 포함)이 지원했다. 코로나가 덮친 2020년엔 공고 1만846건에 지원자는 6만2200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올해 8월의 경우 채용 공고 2만4016건이 나왔지만 지원자는 공고 건수보다도 적은 2만314명에 불과했다. 여행 업계가 구직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양상이다.

여행 업계로선 코로나로 사실상 ‘매출 제로(0)’ 직격탄을 맞았지만, 손실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고용 유지 측면에서 뼈 아픈 일이다. 정부는 지난해 식당·카페·노래방 등은 매출 손실의 최대 80%까지 손실 보상금을 지원했지만 여행업은 영업 제한 업종에 해당하지 않아 그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전국관광협회는 오는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 관광인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에 실질적인 지원책을 요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