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저기도 ‘팝업(이색 임시매장)’이다.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팝업스토어가 줄지어 문을 열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동안 운영하다 접는 임시 매장을 일컫는 단어. 과거엔 단순 신제품 소개를 알리는 이벤트 행사처럼 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전반을 체험하는 콘텐츠로 구성, 아예 정규매장을 대체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색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식음료(F&B)·패션 부문 외에도 각양각색의 분야까지 범위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상설매장 대신 팝업 늘리고…경쟁사끼리도 협업
롯데백화점은 지난 7일 잠실롯데월드몰에서 방탄소년단 부산 콘서트 관련 팝업을 열었다. 새벽부터 수백명 대기 줄이 이어졌다. 오픈 2~3시간 만에 대부분 제품이 품절됐다. 지난 6월 팝업 공간을 대형 테니스 코트로 꾸몄던 ‘더 코트’에는 10일간 약 20만명이 방문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1층 중앙 광장에 럭셔리 브랜드 팝업매장 ‘더 스테이지’를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20~30대 소비자를 겨냥한 팝업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연일 열고 있다.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에 팝업 전용 공간을 3곳 조성했고, 올해 1~7월에만 팝업 행사를 약 150회 열었다. 지난 8월 아이돌 ‘뉴진스’ 팝업은 대기인원이 1000명 넘었을 정도. 대기 시간도 4~5시간이나 됐다.
인기 콘텐츠의 팝업 효과가 입증되면서 이례적으로 경쟁사 협업도 이어졌다.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캐릭터 ‘벨리곰’은 지난달 유통 경쟁사인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곰탕·오락실·주(酒)유소…팝업의 진화
팝업을 위한 각종 협업도 진화하고 있다. 자사 제품만 판매해선 재미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 과감하게 다른 회사 제품도 끌어들인다.
CJ제일제당은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곰탕 브루어리 비비고 테이블’ 팝업을 서울 한남동 ‘옥동식 한남점’에서 연다. 냉동 국물요리 ‘비비고 특설렁탕·특양지곰탕’ 신제품 출시에 맞춰 2018~2023년 6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된 곰탕 전문 옥동식 셰프와 협업했다.
커피, 맥주 등의 추출 과정을 나타내는 ‘브루잉(Brewing)’이라는 단어에 착안해, 국물을 깊고 진하게 우려낸 ‘비비고 국물요리’ 제품의 특성을 반영해 ‘곰탕 브루어리’라는 테마로 기획했다.
비비고는 제주맥주와 함께 이달 말까지 서울 강남구 ‘꼴라보하우스 도산’에서 한정판 맥주 ‘김치 사워비어’와 ‘도깨비 만두’를 선보이는 ‘도깨비 만두바(bar)’ 팝업도 진행 중이다.
편의점 이마트24는 오는 27일까지 서울 강남역 인근에 LG전자의 ‘금성오락실’과 협업한 ‘이마트24 금성점’을 운영한다. 우주마케팅을 전개해 오던 이마트24가 뉴트로 콘셉트의 금성오락실 체험공간을 선보인 LG전자와 ‘금성’이라는 공통점을 발견, 이번 협업을 기획했다. 고객들은 LG전자 스탠바이미로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이마트24의 ‘우주라떼’, ‘금성컵케익’ 한정 상품을 맛볼 수 있다.
해외 직구 상품을 먼저 체험하는 팝업도 있다.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캠핑용품 같은 해외직구 상품을 먼저 보고 살 수 있는 ‘아마존 팝업 스토어’를 서울 마포구에 열었다.
주유소가 맥주 팝업을 여는 경우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60주년을 맞아 이달 말까지 서울 종로구에서 ‘SK주(酒)유소’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다. 주유기 모양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노즐을 통해 맥주를 따를 수 있다. 화면에는 기름을 주유할 때처럼 맥주량과 가격이 함께 올라가는 이색 체험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