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타르 도하에 있는 대형 마트의 식품 코너 한편은 흡사 우리나라 편의점 일부를 떼어다 놓은 것 같아요. 한국식 냉동 만두에 떡국 떡, 떡볶이, 된장찌개 밀키트, 닭볶음탕 소스까지 있고, 한국 라면도 없는 게 없어요.”

카타르 현지에 파견 나간 국내 한 식품 업계 관계자가 5일 전화 통화에서 들려준 말이다. 요즘 중동에선 축구 열기만 뜨거운 것이 아니다. K푸드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각종 한국 음식 ‘먹방’과 한국 드라마·가요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식품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CJ제일제당·대상·농심·삼양식품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까지 중동에서 먹거리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식품 업체들은 특히 이번 월드컵을 시장 확대 기회로 보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교촌치킨은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메뉴를 개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최근 여섯번째 매장을 냈다. /교촌치킨

◇중동에서 영토 늘리는 K푸드, CJ·프레시지 등 속속 영토확장… 한국 라면은 시장 30%나 장악

CJ제일제당은 카타르 월드컵 기간부터 이달 말까지 도하에 있는 현지 대형 마트 ‘알미르’ 매장 10곳에서 주요 제품인 비비고 김, 김치, 햇반 컵반 같은 제품을 판매·홍보하고 있다. 이달 말 행사가 끝나면 68개 알미르 매장에서 계속 제품을 판매한다. CJ 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중동 지역에서 비비고 김은 작년 같은 달보다 20%, 비비고 김치는 30% 더 팔렸다”면서 “중동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홍보·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중동에서 160억원 넘는 수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밀키트 1위 업체 프레시지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에 밀키트 17종을 현지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인 원마트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낙지볶음과 매생이굴국, 국물떡볶이 같은 제품이 포함됐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중동 지역에도 웰빙 바람이 불면서 현지 소비자들이 칼로리가 낮고 채식 위주로 식단이 구성된 한식에 관심이 많아졌다”면서 “미역·매생이 같은 해조류로 만든 우리 음식도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시지는 중동 시장 확대를 바탕으로 올해 수출 실적 500만달러(약 65억원)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중동 라면 시장 30% 한국산

한국 라면은 중동 시장에서 30% 정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카타르에선 한국 라면이 대형 마트를 접수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카타르는 라면 생산 시설이 없어 전량을 수입하는데, 한국 라면을 가장 많이 들인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농심의 신라면이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 외에도 김치라면 같은 제품이 계속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올해 카타르에서만 15억원, 중동 전체에서 350억원 넘는 매출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도 지난달부터 카타르의 대형 유통 매장 까르푸와 유럽 건강식품숍 홀랜드앤바렛 등 현지 200여 매장에서 정관장 홍삼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홍삼이 스태미나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처음엔 남성이 주로 샀는데 최근엔 면역력 개선 효과가 소문이 나면서 여성 고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에서 판매되는 불닭볶음면. /삼양식품
농심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 기간 동안 카타르 주요 경기장 주변의 10개 아울렛 매장에 라면 전용 판매대를 설치했다. /농심

◇교민보다는 현지인 공략

대상은 카타르 대형 유통 채널인 까르푸와 룰루 같은 20여 점포에서 종가집 김치와 두부, 단무지, 우엉, 쌈무 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라크에도 까르푸·마지디몰 같은 매장을 통해 김치와 각종 장류, 두부 같은 신선식품을 판매한다. 대상 관계자는 “중동 시장엔 우리 교민이 그리 많지 않아 현지 소비자를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지속적으로 시식 행사를 하면서 판매량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인구는 4억명가량이고, 한국 교민은 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대상은 카타르 대형 유통 채널인 까르푸와 룰루 같은 20여 점포에서 종가집 김치와 두부, 단무지, 우엉, 쌈무 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청정원 올리브유김을 쌓아놓은 카타르의 까르푸 매장 모습. /대상

교촌치킨도 중동 소비자 입맛을 겨냥해 해당 지역에서만 파는 메뉴를 따로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다. 가령 치킨과 버거, 각종 사이드 메뉴와 소스·무 피클을 같이 구성한 ‘하우스 샘플러’ 메뉴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지역 전용 메뉴다. 교촌치킨은 작년 두바이에 진출해 6호점까지 매장을 냈다. 내년부터 중동·아프리카 지역 총 9국에 100개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