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중식당 ‘100년가 공화춘’은 지난달 20일부터 ‘집에서도 즐겨 먹는 중식 맛집’이란 슬로건을 걸고 포장 손님에게 메뉴 10%를 할인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고추짜장, 해물짬뽕, 유린기를 포함한 모든 메뉴를 대상으로 한다. 배달 앱을 통해 이 가게 음식을 주문하려면 1만5000원 이상 써야 하고 배달 팁으로도 최대 4000원을 내야 하는데, 고객이 직접 음식을 가져가는 포장 주문을 하면 배달 팁이 없을 뿐 아니라 메뉴 가격도 내려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2만원어치를 주문할 경우, 포장 손님은 배달 손님보다 최대 6000원을 아낄 수 있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외식 업체 디딤이앤에프 관계자는 “최근 비싼 배달비 때문에 시켜 먹기 꺼린다는 손님이 많아서 포장 할인을 도입했는데, 포장 손님이 하루 평균 20여 명에 이를 만큼 반응이 괜찮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배달 음식인 짜장면·짬뽕 같은 중식도 할인받을 수 있게 되자 매장에서 포장해가는 손님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배달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외식·유통 업체들이 ‘배달 무료’ ‘포장 할인’ 같은 배달비 경감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배달비를 내지 않아도 됐던 수년 전을 생각하면 ‘그게 무슨 마케팅’이냐고 할 만하지만, 배달비가 크게 비싸진 요즘 이를 깎아주기만 해도 충분한 혜택이 되는 것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배달 수요
배달비 경감 이벤트가 확산하는 건 소비자들이 고물가와 비싼 배달비를 이유로 배달 시장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 1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음식 서비스(배달) 분야 거래액이 2조2295억원으로 작년 1월보다 8.3% 감소했다. 빅데이터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집계에서도 1월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이용자(MAU·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가 3021만여 명으로 1년 전보다 16.6% 줄었다.
한창 배달 수요가 급증했을 때는 배달 앱 측이 포장 수수료까지 업주들에게 물리려 하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됐다. 포장 수수료가 소비자에게로 전가될 경우 배달 앱 이용자가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점주에게 포장 수수료를 지원하는 ‘포장 수수료 무료’ 정책을 3월 말로 끝내고 유료 전환하려다가 배달 앱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최근 수수료 무료 정책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큰 혜택’ 된 포장 할인, 배달 무료
이렇게 배달비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형 외식 기업, 유통 기업들도 ‘배달비 경감’을 주요 소비자 혜택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19일까지 앱에서 포장 주문하는 고객에게 3000원 할인 쿠폰을 준다. BBQ는 “고물가에 배달 수요는 줄어든 반면 방문 포장 수요는 늘어 맞춤형 쿠폰을 내놓은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오븐마루치킨도 ‘고물가 고민타파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17일부터 방문 포장 손님에게 4000원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한 마리당 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에 치킨을 두 마리 사면 8000원, 세 마리 사면 1만2000원을 아낄 수 있다.
식품 외 상품을 다루는 곳들은 상시·비상시 이벤트로 배달 무료를 내세우기도 한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365일 전 상품 무료 배송 정책’을 강점으로 내세워 영업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최근 화이트데이 상품 출시를 알리면서 “3월 한 달간 모바일 앱에서 2만원 이상 주문하면 ‘배달비 무료 혜택’을 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