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식품은 1년간 연구를 통해 올 초 과일에서 당을 제외한 성분을 선택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과일을 말려 고체화한 뒤 스프레이로 뜨거운 물을 분사하고, 당이 빠져나오지 않는 저온 상태에서 과일의 맛과 향을 우려내는 ‘당 분리 이중 저온 추출’ 기술이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인 ‘아침햇살’을 만들 때 쌀에서 특정 성분만 추출해내던 방식을 과일에도 적용해 성공한 것이다. 그 결과, 웅진은 올 2월 당분을 포함한 열량이 없는 제로 칼로리 과일 음료 ‘자연은 더말린’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 제품은 출시 후 당 성분이 없는 과일 음료라는 소문과 함께 100일 만에 800만병이 판매됐다. 그동안 식품업계에선 과일을 착즙하면 당 성분이 그대로 녹아 나오는 문제점 때문에 진짜 과일로 ‘제로 칼로리’ 제품을 만드는 대신 과일 향을 입힌 탄산 음료로 제로 칼로리 제품을 만들어왔는데, 웅진이 해결책을 찾은 셈이다.
이처럼 주류·탄산 음료 중심이었던 ‘제로 칼로리’ 저당(低糖) 제품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설탕을 대체하는 감미료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과일에서 당을 빼고 추출하거나 쌀로 밥을 지을 때 녹아 나온 당질을 배출하는 등 저당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선택 추출·이중 구조 등 기술 개발
쿠쿠전자는 쌀 같은 곡물에서 나오는 당질 성분을 줄여주는 ‘저당 밥솥’을 개발했다. 올해 4월 출시한 ‘쿠쿠 트윈프레셔 마스터셰프 저당 밥솥’(6인용)과, 이달 귀리·렌틸콩·치아시드 같은 ‘수퍼 곡물’용으로 내놓은 밥솥이 여기에 해당된다. 쿠쿠전자는 내부 솥을 ‘이중 구조’로 만들어 당질이 녹아있는 물을 배출해낸다. 회사 관계자는 “쌀에서 나오는 당질 성분을 줄여주는 이중 솥 구조와 당질을 제거해도 밥이 퍼지지 않게 하는 기술로 특허까지 취득했다”고 말했다. 저당 밥솥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당뇨 환자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쿠쿠전자뿐 아니라 최근 키친아트, 홈지오, 칼로프리 같은 업체들도 저당 밥솥을 개발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
다른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당 성분의 흡수 속도까지 늦춰주는 기능성 원료를 찾아내 자사 제품에 적용한 경우도 있다. hy는 달콤한 맛을 내는 대체당 ‘알룰로스’로 칼로리를 낮추는 동시에, 기능성 소재인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을 결합한 저당 요구르트 ‘케어온 당밸런스’를 지난 3월 내놓았다.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은 옥수수 전분을 분해해 얻을 수 있는 식이섬유의 일종으로, 음식물 섭취로 인한 당 흡수 속도를 낮춰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수개월간 배합 비율을 찾고, 안정성 테스트를 실시해 당뇨 환자도 손쉽게 유산균을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계속 성장하는 저당 식품 시장
제로 칼로리를 표방하는 저당 시장은 계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회사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 903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국내 저당 시장은 5년 만에 2.5배가량인 2189억원으로 커졌다. 지난해에는 시장 규모가 3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에서도 저당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와인 업체 핏바인은 포도를 말려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당과 칼로리를 낮춘 와인을 내놓았다. 핏바인 측은 “와인 한 병에 든 당이 일반 와인 한 잔 수준”이라고 했다. 일본 닛신사에선 저당질 컵라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제로 칼로리’와 ‘저당’을 내세우는 것이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로’라는 이름이 붙은 일부 제품에선 칼로리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경우들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