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외국인들이 신라면을 먹는 장면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특히 미국에서 농심 라면은 ‘든든한 한 끼’로 자리를 잡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외국인들이 신라면 컵라면을 먹으며 웃고 있다. / 농심 제공

한국 라면이 대표 수출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5% 늘어 7억6543만달러(약 1조280억원)를 기록했다. 국내 라면 기업들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한 액수를 더하면 한국 라면의 해외 매출액은 2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10년간 2조원대에서 큰 변화가 없는 국내 매출과 비교하면 해외 비율 증가 현상은 더 돋보인다.

국내 라면 시장점유율 1위인 신라면 역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보다 많다. 2021년 해외 5000억원, 국내는 4300억원으로 해외 매출이 앞서나갔고, 지난해엔 해외 6200억원, 국내는 4400억원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이 덕에 신라면을 판매하는 농심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거뒀다. 글로벌 ‘K라면’ 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농심은 K라면을 앞세워 미국에 이어 멕시코 공략에도 나선다. 여러 인종의 외국인들이 신라면을 즐기는 모습.

◇미국인도 울리는 신라면

해외에서 한국 라면 인기가 가장 빠르게 올라가는 곳은 미국이다. 농심이 상반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28%에 해당하는 337억원이 미국 법인에서 나왔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온 미국 법인은 올 상반기에도 매출이 지난해 대비 25.2% 증가해 3162억원을 기록했다.

농심은 “미국 내 대형 거래처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매출을 극대화했다”고 했다. 월마트 등 미국 상위권 거래처를 대상으로 신라면 같은 주력 제품을 최우선 공급하고 신제품을 가장 먼저 입점시키는 등 유통망 관리에 주력한 효과가 났다는 것이다. 이 덕에 샘스클럽 매출이 95%, 코스트코 매출은 47% 늘었다고 한다.

과거 일본 브랜드가 구축해 놓은 ‘저가 음식’이란 이미지를 따르지 않고 ‘훌륭한 한 끼 식사’란 프리미엄 콘셉트로 승부한 것도 매출 증가 요인이다. 농심 관계자는 “뉴욕타임스가 신라면블랙을 세계 최고로 선정하는 등 미국 내 매체들이 제품의 맛과 품질을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1등, 그리고 중·남미 시장

농심은 현재 흐름을 이어가 2030년까지 미국 시장점유율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1년 기준으론 일본 도요스이산(47.7%)에 이어 25.2%로 2위다. 목표 달성을 위해 미국 내 제3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세운 제2 공장 덕에 미국 현지 생산 능력이 70% 이상 향상됐지만, 2공장이 수년 내에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입지와 생산 규모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동시에 멕시코 공략에도 나선다. 멕시코는 인구가 1억3000만명으로, 미국에서 그렇듯 일본 기업들의 저가 라면이 시장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농심은 미국에서처럼 프리미엄화한 제품을 중심으로 ‘맛과 품질’로 승부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멕시코는 고추 소비량이 굉장히 많을 만큼 국민 다수가 매운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충분히 전망이 밝다”고 했다.

농심은 이미 2022년 멕시코 전담 영업 조직을 신설해 시장을 조사하는 등 본격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치폴레, 라임, 칠리소스 등 멕시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맛을 접목한 제품을 새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농심 관계자는 “최근 K팝, K드라마의 인기로 해외에서 K라면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글로벌 시장이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라며 “신라면을 필두로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제품을 통해 K푸드 열풍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