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국내 홍삼 시장에 ‘찐생홍삼구미’라는 신제품이 나왔다. 기존 홍삼과 달리 포를 뜯어 마시거나 짜 먹는 게 아니라 한 알씩 씹어 먹도록 만들어진 ‘젤리’ 제품이다. 제품에 칠레산 포도 맛이 입혀져 있고 색깔도 보랏빛으로 돼 있어 언뜻 보면 홍삼 제품이라고 알기 어렵다. 제품 포장 용기와 박스에서도 홍삼 그림은 찾아볼 수 없다. 제조사인 KGC인삼공사가 2030세대 공략을 위해 일부러 홍삼을 떠올릴 만한 요소를 최대한 감춘 것이다. 성인용 홍삼 제품 중에서 곰돌이 젤리와 같은 형태의 젤리형 제품이 나온 건 처음이다.
최근 홍삼 시장에는 이렇게 20~30대 소비자를 겨냥해 기존에 없던 형태의 홍삼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올 초 설 명절 기간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 선물 시장에서는 ‘자몽허니맛’ 버전 홍삼 농축 음료가 출시돼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지난 7월엔 한 장씩 빼서 먹을 수 있는 ‘필름’ 형태의 홍삼 제품이 처음으로 개발됐다. 가로 2.7cm, 세로 4cm 크기의 필름에 홍삼 성분이 압축돼 있어 휴대성이 높고 열량도 제로칼로리인 제품이다.
기존에 없던 2030대 홍삼 제품이 쏟아지는 건 침체에 빠진 국내 홍삼 시장 상황과 관계가 깊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홍삼 시장 규모(판매액)는 2019년 1조5939억원에서 3년 사이 약 3000억원(약 18.9%) 줄어 작년 1조2933억원까지 작아졌다. 전체 건기식 시장이 같은 기간 25% 고속 성장 중인 것과 비교하면 침체가 도드라진다. 제조사들이 기존 방식대로, 기존의 중장년 소비층만 상대로 사업을 계속했기에 역성장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게 된 것이다.
국내 홍삼 시장 1위 업체 인삼공사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30대 이하 새 고객층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마케팅·영업·R&D 파트 직원들을 모아 스터디 조직을 만들고 2030 소비자 좌담회도 열어 아이디어를 모은 뒤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며 “최근 홍삼 제품 구매자 중 2030 비율이 20% 이상 늘어나는 등 가능성을 확인해, 계속 맞춤형 제품 개발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