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과일, 달걀, 두부까지 사 먹는 건 사치 맞죠? 두 달째 너무 비싸서 사먹을 엄두조차 못 내고 있어요. 작년에도 물가 때문에 힘들었지만, 올해 1~2월은 더하네요.”
지난 5일 회원 수 330만명이 넘는 한 주부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오이나 가지조차도 이젠 살 엄두가 안 날 정도로 비싸졌다” “몇 주째 반찬으로 그나마 저렴한 콩나물만 먹고 있다” 같은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치솟는 물가, 특히 먹거리와 직결된 신선 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이 밥상 물가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각종 주부 커뮤니티에선 “10만원어치 장을 봐도 겨우 이틀 먹는다” “딸기는 살 생각조차 못 해봤다” “외식은 고사하고 집밥 먹는 것도 무서울 지경이 됐다”는 글들이 넘쳐난다.
급등한 물가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로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작년 8~12월 3%를 웃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1월 2.8%로 낮아졌다가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선 것이다. 특히 2월 신선 식품 지수는 전년보다 20% 급등했다. 이 중 신선 과일은 전년보다 41.2% 상승해 1991년 9월 이후 32년여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신선 채소 물가는 전년보다 12.3% 올라, 지난 11개월 사이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다시 3%대로 물가가 급등하자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물가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먹거리 물가 잡기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3~4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6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10만원 장 봐도 이틀” 부글부글 맘카페
실제로 신선 식품 가격은 몇 달째 내려갈 줄 모르고 있다. 5일 한국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사과 10개 가격은 2만9698원으로 한 달 전보다는 18.5%, 전년보다는 30.7% 올랐다. 달걀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5일 달걀 30알의 평균 가격은 6694원으로 지난달보다는 13%가량이나 상승했다. 두부도 이젠 한 모에 4000원에 육박한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두부 한모(380g)의 평균 가격은 3913원이었다. 지난달(3625원)보다 8%가량 더 올랐다.
오이, 가지, 파프리카, 대파처럼 그나마 저렴한 편에 속했던 국산 채소 가격도 급등해 장을 볼 때 쉽게 손이 가지 못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이 가격은 10개에 2만3022원으로 한 개에 2300원 정도였다. 지난 5년 사이 오이 한 개에 1322원 정도 했던 것과 비교하면 70%도 넘게 가격이 뛴 셈이다. 대파 1kg의 가격도 3879원으로 지난 5년 평균 가격보다 56.7%나 더 비싸다. 참가격에 따르면 애호박 한 개엔 평균 3476원, 시금치 한 단엔 평균 4686원 정도 한다. 각각 전년보다 38%, 20% 더 비싸졌다.
먹거리 가격이 계속해서 뛰다 보니 각 가정이 지출하는 식사비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소비 지출은 작년 월평균 278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5.7%가량 늘었지만, 이 중에서도 식사비 지출은 월평균 40만7000원으로 7.9% 증가했다. 전체 지출 중에서도 먹거리 지출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물가와 전쟁 나선 정부 “과일 수입 확대”
정부도 ‘물가와의 전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우선 정부는 수입 과일의 관세를 낮춰 가격을 낮추고, 일부 품목은 수입 물량도 확대하기로 했다. 만다린·두리안·파인애플주스 등에 붙는 관세를 50%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또 오렌지, 바나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직수입해 저렴하게 시장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과일 수입은 대부분 수입 업체를 통하기 때문에 중간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다. 대파 역시 봄 대파가 출하하는 5월 이전까지 수입하는 물량을 예전보다 3000t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또 6일부터 비상수급안정대책반을 가동, 품목별 동향을 매일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과일과 농산물 담당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매일 물가 점검, 대책 회의를 열기로 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서 식품 업체들에도 협조 요청을 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원료 가격이 내려갈 땐 그만큼 상품 가격도 제대로 내려야 합리적인 경영 활동”이라면서 “주요 식품 원료에 붙는 관세 인하 조치를 올해도 계속하는 만큼, 업계도 국민 부담 완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