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을 바닐라 크림으로 대체한 ‘리세스(Reese’s)’ 신제품. /허쉬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가격이 1년 넘게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제과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과자에서 초콜릿 함량을 줄이는 한편, 카카오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카카오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약 1년 전부터다. 수십 년째 1t당 2000~4000달러 선에 머물던 국제 카카오 가격은 작년 11월 4000달러를 넘어선 뒤 현재 80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 4월에는 1t당 1만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카카오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지난해 발생한 엘니뇨(태평양 감시 구역의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 때문이다. 카카오는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 서아프리카에서 전체의 70%가 생산된다. 그런데 작년에 발생한 엘니뇨로 이 지역 날씨가 건조해져 카카오 나무가 말라 붙었다. 게다가 카카오 나무에 곰팡이가 피는 ‘검은 꼬투리병’이 유행해 작황이 더욱 좋지 않았다. 카카오 나무를 다시 키우는 데는 7년 정도 걸려 ‘초코플레이션(초콜릿+인플레이션)’이 단시간 내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초콜릿 회사 ‘허쉬’는 최근 “(카카오 값 폭등으로) 초콜릿이 들어 있지 않은 간식이 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쉬는 지난달 대표 제품인 ‘리세스(Reese’s)’에서 초콜릿을 바닐라 크림으로 대체한 신제품을 내놨다. 이번 핼러윈(10월 31일) 시즌 ‘키캣(KitKat)’에도 초콜릿 대신 계피맛 크림을 사용했다. ‘엠앤엠스(m&m‘s)’ ‘스니커스(SNICKERS)’ 등을 판매하는 미국 식품 대기업 ‘마즈’는 이번 핼러윈 시즌 상품으로 ‘스키틀스(Skittles)’ 등 사탕과 젤리 제품 비중을 높였다.

국내 제과 업계도 카카오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오리온은 ‘글로벌 구매팀’이 매주 현지 법인과 화상회의를 하며 원자재 공급 관련 이슈를 보고 받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해 카카오 수급을 점검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코파이 등 초콜릿이 들어간 제품의 영업 이익이 다른 과자보다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