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승무원 출신의 유명 유튜버 젠 바랑간은 지난 4월 한국 여행을 하며 우리나라 제과 업체가 만든 젤리 등을 먹는 영상을 틱톡에 올렸다. 그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쫄깃한 맛”이라고 했다. 이 영상은 170만회 넘게 조회됐다.
‘K과자’의 수출이 처음으로 연간 7억달러(약 1조원)를 넘어섰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과자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5% 늘어난 7억570만달러(약 1조15억원)를 기록했다. K과자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한국을 다녀간 관광객을 중심으로 유명 유튜버, 틱토커 등이 한국 과자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린 것이 연일 화제를 모은 게 주요 원인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국내 제과 업계가 해외 각국의 식습관, 문화 등에 맞춘 ‘현지 맞춤형 과자’를 적극적으로 내놓으면서 연간 수출액 1조원의 벽을 넘게 됐다.
◇입소문 타고 현지 수퍼마켓까지 안착
한국 과자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된 데에는 ‘입소문’ 효과가 컸다. 처음에는 한국에 여행을 다녀간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국의 다양한 과자가 인기를 끌었다. 이후엔 유튜브나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더욱 큰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에서 한국 과자를 소개하고 맛보는 영상이 수백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오리온 ‘꼬북칩’은 ‘터틀칩스(Turtle Chips)’라는 이름을 달고 “중독성 강한 맛으로 한 개만 먹기란 불가능하다”고 소개하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최근 롯데웰푸드는 빼빼로를 유튜브 등에 소개하는 외국인 ‘글로벌 리포터’를 모집했는데, 58국에서 700여 명이나 지원했다.
현지 유통 채널에 ‘K과자’가 입점하면서 접근성도 좋아졌다. ‘꼬북칩’은 미국에서 파이브빌로우·미니소 등 2000여 개의 유통 채널에 입점한 데 이어, 지난 9월 영국·스웨덴·아이슬랜드 코스트코 매장에도 들어갔다. 초코파이는 미국 월마트 전역에서 판매 중이다. 롯데웰푸드도 올해 빼빼로를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미국 코스트코까지 입점하며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인도에선 ‘채식 초코파이’, 몽골에선 ‘제로 슈거’
국내 업체들이 현지 종교나 식문화를 거스르지 않는 수출 전용 과자를 맞춤형으로 계속 생산한 것도 수출액 확장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웰푸드는 인도에서 ‘채식 초코파이’로 인기를 끌고 있다. 힌두교 국가인 인도는 채식주의자가 전체 인구의 30~4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맞춰 롯데는 초코파이 속 마시멜로에 사용되는 동물성 젤라틴을 식물성 원료로 대체했다. 롯데 초코파이는 인도 초코파이 시장 70%를 차지하고, 연 75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해태제과는 초코파이류인 ‘오예스’에서 무슬림에게 금기시되는 주정(알코올) 성분을 없애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고 있다.
육식 문화가 주로 발달한 몽골에서는 당 함유량을 낮춘 ‘제로’ 과자가 인기다. 몽골은 올해 총 30만달러의 ‘제로’ 과자가 수출될 것으로 기대되는 최대 ‘제로’ 수출국이다. 육류 위주의 식습관으로 심혈관 질환자가 많은 몽골에서 건강에 신경 쓴 ‘제로’ 과자가 수요에 맞았다는 분석이다.
◇‘국내엔 없는 맛’으로 인기몰이
국내엔 없는 맛을 개발해 인기를 끄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현지 식(食)문화를 반영한 감자칩을 내놓았다. 중국판 ‘오감자’인 ‘야투도우’ 토마토맛이 대표적이다. 중국 사람들이 토마토를 활용해 스튜를 만들거나 얇게 썰어 구워 먹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건강 소비를 겨냥해 ‘예감(슈위엔)’에 식이섬유를 첨가한 오이맛을 출시하기도 했다.
베트남에선 ‘빠른 도시화로 늘어난 맞벌이 부부에게 ‘카스타드’와 비슷하게 생긴 ‘쎄봉’이 아침 대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향신료가 발달한 인도에선 ‘꼬북칩’을 멕시칸 라임, 사워크림&어니언, 탱기토마토, 마살라, 스파이시 데빌맛 등 국내엔 없는 다양한 맛으로 선보이고 있다.
러시아에선 과일 잼이 들어간 초코파이를 디저트로 즐긴다. 러시아에선 케이크를 차와 함께 즐겨 먹는 문화가 있는데, 잼을 넣은 초코파이가 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