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건강 기능 식품(건기식) 판매에 뛰어든다. 다이소는 18일 5000원 이하의 영양제를 비롯한 각종 건기식을 매장에서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화장품 유통 채널인 올리브영도 작년 말 자체 건기식 브랜드 ‘탄탄’을 출시한 바 있다. 식품 대기업인 농심과 대상, hy(한국야쿠르트)도 최근 자체 개발 기술을 적용한 건기식을 잇따라 출시하는 모습이다.
이 업체들이 건기식 사업에 앞다퉈 뛰어드는 것은 건기식이 ‘제2의 K뷰티’ 또는 ‘제2의 K푸드’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K뷰티와 K푸드는 모두 국내 시장 성장이 둔화되자 적극적으로 해외 판로를 뚫어 시장을 확장시킨 사례로 꼽힌다. 건기식 역시 국내 시장 규모는 코로나 팬데믹 때 정점을 찍고 정체 상태다. 그러나 최근 해외 수요가 커지면서 수출액이 급증하고 국내서도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커지자 업체들이 다시금 건기식 분야로 서둘러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K뷰티·K푸드 열풍 잇는 K건기식
한 베트남 여성 인플루언서가 “한국 올리브영에서 구입했다”면서 콜라겐 제품을 꺼낸다. 그는 “이걸 먹고 머리칼이 부쩍 자랐다”고도 했다. 작년 초 틱톡에 올라온 영상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엔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비타민이나 콜라겐, 유산균 같은 각종 건기식을 사서 먹고 이에 대한 평을 남기는 영상이 수백 건씩 올라오고 있다. 한 멕시코 여성 인플루언서는 “한국 걸그룹의 날씬한 비결을 이 제품에서 찾았다”면서 국내 체중 감량 보충제 제품을 물에 타 마시는 모습을 또한 틱톡에 올렸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 20만회를 넘겼다.
이처럼 최근 부쩍 높아진 한국 건기식의 인기를 증명하는 것이 수출 실적이다. 2023년 국내 건기식 수출액은 3억2419만달러(약 4678억원)로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억4268만달러(약 2059억원)와 비교하면 4년 만에 배(倍) 이상으로 늘었다. 업계는 지난해 건기식 수출이 역대 최대를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선 2023년 건기식 판매액(3조7677억원)이 전년보다 3.2% 감소한 것과 상반된다.
건기식의 인기는 국내 ODM 업체들의 빠른 생산 능력과 인증된 품질을 업고 성장하고 있기도 하다. 본래 건기식은 국가마다 생산 시설, 원료, 효과 인증 절차가 다르고 미국 FDA(식품의약국) 등 각국 식약처 인증이 필요해 수출이 까다롭다. 국내 업체들은 콜마비앤에이치, 코스맥스엔비티, 노바렉스 등 건기식 ODM 업체가 필요한 인증을 대신 받아 수출 장벽을 뚫어주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쉽게 새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수출할 수 있다. 가령 콜마비앤에이치는 호주 TGA(연방의약품관리국)에서 의약품 수준의 품질을 인증받아 수출 단계를 줄일 수 있었다. 또 다른 ODM 업체인 코스맥스바이오도 작년 말 전 세계 90국에서 통용되는 미국위생협회(NSF)의 cGMP 인증을 받았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수출 대상 국가가 요구하는 인증을 취득해 수출 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고 했다.
◇라면·요구르트 기술로 건기식 생산
건기식은 의약품과 달리 식품으로 분류돼 식품 기업에도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기존에 해오던 식재료 연구나 기술 개발 성과를 건기식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심은 2020년 자체 건기식 브랜드 ‘라이필’을 출시하면서 첫 제품으로 콜라겐 제품을 선보였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 수프를 개발하는 농심 맛 연구소에서 단백질 구조를 오랜 기간 연구했고, 콜라겐 또한 단백질의 일종이다 보니 어렵지 않게 건기식도 생산할 수 있었다”고 했다.
기존 제품을 건기식으로 변형하기도 한다. hy는 국내 최초로 이중 제형(알약+액상) 발효유 ‘쿠퍼스’를 만든 기술력을 건기식 제조에 활용하고 있다. 2000년 출시된 대표 제품 ‘윌’을 알약과 함께 섭취할 수 있는 위 건강용 이중 제형 건기식 ‘윌 작약’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