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4일 회생 신청을 하면서 홈플러스의 소유주인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에도 적잖은 타격이 생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진 5조원의 부채가 인수 후에도 내내 부담으로 작용하다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MBK는 2015년 7조2000억원의 거금을 내고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 비용 중 2조2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의 대출과 MBK 측의 인수 금융 대출로 충당했다. 이후 홈플러스는 비용을 줄이고 점포를 매각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으나 채무 상환과 이자 비용 등 막대한 금융 비용에 발목이 잡혔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오프라인 점포는 매출이 확연히 감소하고 이커머스 매출이 급증하면서 점점 활로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MBK는 홈플러스 재매각을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통해 자금 회수에 나섰지만 번번이 불발됐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의 인수설이 나돌기도 했다. 작년 6월에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기업형 수퍼마켓(SSM) 부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만 별도 매각하는 방안까지 내놨으나 아직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은 MBK가 참여하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MBK는 세계 1위 비철 제련 기업 고려아연을 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경영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MBK는 최 회장의 거버넌스(지배구조) 문제가 심각하다며 작년 9월부터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과 연대해 회사 경영권 확보를 추진해왔다. 이에 최 회장 측은 “MBK는 사모펀드의 특수성으로 단기 투자 후 수익을 남기고 빠져나갈 것이므로 고려아연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고 맞서왔는데,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최 회장 측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MBK 측은 홈플러스 회생 신청으로 인한 영향이 적다는 입장이다. MBK 측은 “법원이 홈플러스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내린 만큼, 회생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