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미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 ‘KBIS(The Kitchen & Bath Industry Show) 2025’에 들어서자 ‘SKS’라는 영문 이니셜이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부스에서 외국 관람객들이 “처음 보는 브랜드”라며 관심을 보였다. LG전자 관계자가 “초프리미엄 빌트인 주방 가전 브랜드에 방문한 것을 환영한다”고 그들을 맞았다. LG전자는 글로벌 빌트인 가전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2016년 최상위 주방 가전 브랜드 출시 이후 사용하던 브랜드 이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최근 SKS로 바꿨다. ‘요리에 진정성을 담는다’는 브랜드 철학은 이어가면서도 고객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변화를 준 것이다.
LG전자는 올해 전시회에 ‘SKS’ 간판을 단 부스를 별도로 운영하며 새로운 초프리미엄 브랜드의 시작을 알렸다. 특히 차별화된 신기술을 적용한 주방 가전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사용하지 않을 때 조리대 안에 넣어서 평소엔 보이지 않게 하는 ‘일체형 후드’가 대표적인 제품이었다. 베이지색 조리대 앞에 있던 한 관람객이 버튼을 돌리자 주방 후드가 마법처럼 조리대 가운데에서 솟아 올랐다. 통상 후드는 가스레인지, 인덕션 위에 달지만 주방 가전의 미관(美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 외관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개발한 제품이다. 현장에 있던 한 관람객은 “후드를 아일랜드(부엌 가운데 별도 설치한 조리대) 안에 넣으니 마치 조리대가 아닌 고급 가구를 설치해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연내 핵심 기술력을 적용한 초프리미엄 주방 가전 제품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주방·욕실 가전 파고든 AI
이번 KBIS 전시회에서는 인공지능(AI)과 고효율 제품이 가전 업계의 최고 화두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모두를 위한 AI’를 주제로 다양한 비스포크 가전에 AI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삼성전자는 전시장에 ‘비스포크 AI패밀리허브’ 냉장고, ‘비스포크 AI콤보’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슬라이드인 레인지’ 전기레인지 등 AI로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비스포크 가전을 전시했다. 비스포크 가전들은 다양한 스마트 기기와 가전제품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제어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와 보안 플랫폼인 ‘녹스(Knox)’, AI 음성 비서 ‘빅스비’ 등과 연결된다. 또 전시장 입구 오른쪽에는 관람객이 냉장고 속 다양한 식재료를 배경으로 이색적인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 부스를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LG전자의 SKS 부스에는 냄비, 프라이팬 등 조리 용기를 인덕션 상판 어디에 놓아도 불이 들어와 요리가 되는 올프리(All-free) 인덕션과 프로레인지 오븐(위에는 인덕션, 아래는 오븐이 위치)을 결합한 36인치 ‘쿡존프리 인덕션 프로레인지’가 설치되어 있었다. 제품 내부에 탑재된 카메라로 음식 재료를 인식해 AI가 최적의 레시피와 조리 모드를 추천해준다. 히트펌프 건조기는 건조기 문 아래쪽에 설치한 AI 모터가 옷감의 종류와 무게를 분석해 옷감 수축을 줄이도록 했다. 미국 가전 회사인 GE와 월풀도 이번 전시회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생활 가전제품을 선보였다. GE는 내부 센서로 물이 넘치는 것을 사전 감지해 스마트 앱으로 알려주는 식기세척기 등을 선보였다. GE는 IoT(사물인터넷) 분야에서 권위가 높은 상인 ’2025 IoT 브레이크스루 어워즈(Breakthrough Awards)’에서 ‘올해의 스마트 가전 회사’로 선정됐다. 월풀은 건조 시간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AI 센서가 탑재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한 원격 제어가 가능한 건조기를 공개했다.
◇건축 인테리어 시장으로 확대된 경쟁
전 세계 가전 기업들은 주방, 욕실뿐만 아니라 주택 건축과 건설, 인테리어 등으로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전미주택건설협회(NAHB)가 주최하는 IBS에도 참여했다. 그동안 주요 기업으로는 GE와 월풀 등이 KBIS와 IBS에 함께 참가했는데, 올해부터 LG전자도 공략에 나선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북미 B2B(기업 간 거래) 시장 규모는 오는 2032년 3405억달러(약 491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이번 IBS 전시에서 단독주택, 아파트, 원룸 등 다양한 주거 형태에 꼭 맞는 생활가전과 공조 장치를 맞춤형으로 제안하는 ‘토털 공간 설루션’을 준비했다.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사장)은 “B2B 시장, 고효율 제품, AI 홈으로 이어지는 3각 축으로 미국 프리미엄 가전 시장 1위를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