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진경

인도양 남쪽 남반구의 작은 섬나라, 카리브해와 아프리카 등 우리나라에서 수만㎞ 떨어져 이름조차 낯선 국가에까지 K푸드가 수출 깃발을 꽂았다. 한국이란 나라 이름도 잘 모르는 현지 소비자들이 진라면·신라면을 사 먹고, 빼빼로 과자를 선물하는 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양 남서부 모리셔스에선 아이돌 그룹 뉴진스 멤버의 얼굴이 포장에 새겨진 빼빼로가 현지인 사이에서 인기 선물로 통한다. 인구 127만명, 경기도의 약 5분의 1 크기인 모리셔스는 글로벌 인기 신혼여행지로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 수입 과자를 유통하는 현지 기업 텐파가 최근 롯데웰푸드가 수출용으로 선보인 ‘뉴진스 빼빼로’를 팔기 시작했다. 텐파는 소셜미디어(SNS)에 빼빼로 사진과 함께 “하니(뉴진스 멤버)의 ‘최애’인 화이트 쿠키 빼빼로도 모리셔스에 도착했다”고 소개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모리셔스는 세계적인 관광지여서 경제 규모에 비해 구매력이 높은 편이고, K푸드 제품을 기념품처럼 사가기도 해 꾸준히 수출이 늘고 있다”고 했다. 2020년부터 모리셔스에 제품을 수출한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빼빼로만 6만달러(8800만원)어치 팔았다. 미국이나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매출 규모가 미미하지만,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K푸드가 진출한 모습이다.

그래픽=양진경

◇아프리카까지 간 K푸드

한국에서 약 1만5000㎞ 떨어진 카리브해 국가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선 진라면과 신라면 등 한국 라면이 판매되고 있다. 제주도의 2.5배 크기인 5130㎢ 규모로 인구 150만명에 불과하지만,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해 중남미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인도, 스페인, 아프리카 등 여러 국가의 영향을 받아 향신료와 후추를 사용한 센 맛의 음식으로 유명한데, 한국 라면의 매운맛이 현지에서도 인기를 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K푸드는 아프리카 국가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대부분 소득 수준이 낮아 수출 규모를 늘리기는 한계가 있지만,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을 통해 한류가 퍼지면서 일부 국가에 K푸드가 확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프리카에서는 K푸드를 중심으로 한류가 퍼지고 있다”며 “나이지리아 등 각국 대사관이 연 한식 요리 행사가 큰 인기를 끌고, 현지에 문을 여는 한식당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분석했다. 오뚜기는 최근 케냐에 참기름, 당면 등 한국 식재료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유럽에 공장 세우는 K푸드

유럽에는 K푸드 생산 기지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CJ제일제당, 대상은 유럽 현지에 각각 만두 공장과 김치 공장을 짓고 중부와 동부 유럽 공략에 나선다.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출해 왔는데 최근 현지 수요가 크게 늘어 기존 방식으로는 물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고급 식문화가 발달했고 음식 관련 규제가 까다로워 공략하기 어려운 수출 시장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음식까지 이어지며 지금은 현지에 생산 시설을 지어야 물량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 기업 대상은 폴란드 크라쿠프에 김치 공장을 짓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럽 김치 수출액이 2019년 99억3400만원에서 2024년 309억4700만원으로 5년 만에 3배 이상 급성장하면서다. 대상은 2023년 5월 폴란드 신선 발효 채소 전문업체 ChPN과 합작법인을 세웠고, 그동안 ChPN의 생산 시설과 유통망을 활용해 종가 김치를 유럽 시장에 판매했다. 그러나 최근 김치가 현지 유통 채널인 리들(LidI), 카르푸(Carrefour), 오샹(Auchant) 등에 입점해 판매량이 늘면서 올해 말부터는 크라쿠프 공장에서 현지 생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은 독일에 이어 내년 하반기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도 비비고 만두 등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유럽의 만두 시장은 연 30%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헝가리를 거점으로 삼아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중·동부 유럽과 발칸반도 지역까지 진출해 유럽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