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보험업계가 단기 이익에 눈이 멀어 섣부른 의사 결정을 내렸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코로나 청정국’으로 불리던 시기에 정부 방역만 믿고 저가(低價)형 코로나 바이러스 보장 보험을 공격적으로 판매했는데, 올 들어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대만의 신규 코로나 확진자 수(최근 일주일 평균)는 2만8972명에 달한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8만명을 넘던 5월 말보다는 숫자가 줄었지만, 2020년 3월 팬데믹 사태 이후 1년 넘게 한 자릿수를 유지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치솟자 대만의 12개 보험사가 지난 2년간 판매한 1200만건에 달하는 ‘코로나 보장 보험’은 시한폭탄으로 돌아왔다. 해당 보험은 보통 30~50달러(약 3만9000~6만5000원) 정도를 한 차례 내면 1년 이내에 코로나에 걸릴 경우 적게는 340달러(약 44만4000원)에서 많게는 3400달러(약 444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들이다.

◇코로나 시국의 장삿속 ‘소탐대실’

대만 금융감독위원회(FSC)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코로나 보험료로 3억5500만달러(약 4640억원)를 벌어들였고, 지난 5월 기준 유효 보험 건수는 약 760만 건이다. 대만 신용평가사는 코로나 보험 계약자의 20%가 코로나에 걸리고, 평균 보험금 청구액을 1340달러(약 175만원)로 가정할 경우 총 청구액이 16억달러(약 2조91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걷은 보험료의 4.5배에 달하는 액수다.

이로 인해 대만 보험업계는 지난 21년간 이어온 흑자 행진에 종지부를 찍고, 올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과거 대만 보험사에서 일했던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의 포린 왕 교수는 “보험이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까운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대만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 추이

대만 보험사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두 곳 이상의 보험사에서 코로나 보험에 가입한 이들에게 이중 보상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FSC는 “보험 증권이 승인된 이상 다중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보상금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의 손실 일부를 국가가 떠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대만 정부는 “보험사 재정 문제를 위해 공적 자금을 사용할 수는 없다”며 “보험사들이 증자 등을 통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대만 외에 중국, 태국 등에서도 2020년 이후 코로나에 감염되거나 격리 조치를 받을 경우 보상해주는 상품들이 출시됐으나 손실률이 올라가면서 금세 판매가 중단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 백신 부작용이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 판매됐는데, 지급 요건을 맞추는 것이 매우 까다로워 보험사 손실은 없는 대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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