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주식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시가 총액 상위 대형주의 경우 여성 주주가 남성보다 더 많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이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이 주주 정보를 관리하는 종목 가운데 시가 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뽑아보니 9개 종목이 여성 주주가 더 많았다. 신한금융지주만 남성 주주가 더 많았다.

작년 말 기준 주식 투자자는 남성이 727만4000명(53%)으로 여성(646만3000명)보다 많지만, 대형주에서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다만, 신한금융지주와 같은 금융주나 방산기업 주식은 남성 주주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주는 ‘여성주’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성 주주들이 더 많아서요”라며 “여성들은 길게 보고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동학개미운동이 바꾼 대형주 주주 ‘성비’

대형주 주주 중 여성이 더 많아진 결정적인 계기는 ‘동학개미운동’이다.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주요 종목의 주가가 급락할 때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 투자자 등이 내다 파는 주식을 사들이면서 ‘동학개미’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동학개미의 수도 계속 늘었다. 이러면서 여성 개인 투자자 비율이 2020년 42.6%로 높아졌고 계속 상승세다. 지난해에는 47%로 더 높아졌다.

부부 가운데 아내가 투자를 전담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것도 여성 주주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회사원 신모(37)씨는 투자하던 주식을 며칠 전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모두 넘겼다. 지난해 주식 투자를 시작한 아내가 “은행 계좌처럼 주식도 내가 관리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LG에너지솔루션 등 대부분 대형 우량주였다. 신씨는 “아내가 ‘당신보다 잘할 수 있다’고 해서 미련 없이 넘겼다”고 했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신한금융지주를 제외한 9종목의 여성 주주 수가 남성에 비해 더 많아진 것도 2020년이다. 삼성전자 보통주는 2019년에는 남성 주주(29만6200명)가 여성(26만3200명)보다 더 많았는데, 2020년에는 여성 주주 수(115만3400명)가 98만5500명인 남성 주주 수를 추월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 보통주 여성 주주는 311만7600명으로 남성 주주(234만8500명)보다 76만9100명 더 많았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여성 주주 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LG전자로 여성 주주 비율이 60.7%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주식 투자를 시작한 여성 투자자들은 ‘대형 우량주 위주로 투자하라’는 조언에 따라서 삼성전자 등 시총 상위주를 많이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방산주는 남성 주주 더 많아

시총 상위 종목 중 남성 주주가 더 많은 종목도 있다. 주로 금융주와 방산주다. 신한금융지주(남성주주 비율 51.8%)를 비롯해 우리금융지주(50.5%), 삼성화재(51.9%), 메리츠금융지주(51.6%) 등은 상대적으로 남성 주주가 더 많았다. 금융주는 가파른 주가 상승을 통한 매매 차익을 노리기는 어렵지만, 배당을 통해서 꾸준히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다. 하지만 시총 상위 대형주처럼 여성 주주가 많이 늘어나지는 않은 것이다. 한국항공우주(54%)나 한화시스템(52.6%), LIG넥스원(57.6%) 등 방산주는 금융주보다도 남성 주주의 비율이 더 높았다.

올 들어 수익률은 남성 주주가 많은 10개 종목이 더 좋았다. 남성 주주가 더 많은 10개 종목의 수익률 평균은 -5.2%로 여성 주주가 많은 시총 상위주 10개 종목 중 올해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9개 종목 평균(-17.3%)보다 높았다. 한국항공우주(56.5%)나 LIG넥스원(13.3%) 등 방산주 주가가 많이 상승했고, 신한금융지주(-3.1%) 등 금융주 주가도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