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물렸다가 전부 파는 사람 뿐인데, (저렇게 큰 금액을) 지르는 건 오래 간만에 보네요.”(40대 회사원 김모씨) “경영진이 주식을 산 거는 긍정적인 신호 아닌가요?”(상장사 임원 김모씨)
22일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7만9900원까지 상승한 가운데,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한 삼성전자 임원의 10억 몰빵 주식 베팅이 화제가 됐다.
이날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 기획팀의 장세명 부사장은 지난 18일 삼성전자 주식을 주당 7만2800원에 1만3677주를 매수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9억9569만원에 달한다. 21일 종가(7만93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장 부사장은 단 나흘 만에 8890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삼성전자 기획팀은 DX(모바일·생활가전·네트워크 등) 부문 경영지원실 산하에서 경영 전략 기획 관련 업무를 하는 곳이다. 연세대 상대, 액센츄어코리아 출신인 장세명 부사장은 지난 2020년 삼성그룹에 영입됐다.
467만명의 소액주주들이 모여 있는 국민주(株)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답답한 흐름을 보였다. 장세명 부사장의 10억 몰빵 매수가 이뤄진 18일까지, 삼성전자의 올해 주가 변동률은 마이너스(-)7.3%였다. 주가가 너무 오르지 않고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 작년 한 해에만 116만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가슴을 치며 떠났다. 삼성전자 주식의 역대 최고가는 2021년 1월에 기록한 9만6800원(장중 기준)이었다.
그런데 기나긴 하락으로 주주들을 지치게 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0일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바로 전날인 19일(현지시각) 미국 반도체회사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글로벌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양산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 호재가 됐다.
젠슨 황이 삼성전자의 HBM을 치켜세우면서 20일 삼성전자 주식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폭풍 매수세가 몰렸다. 이날 하루에만 5000만주 넘게 거래됐고, 주가는 6% 가까이 올랐다. 21일에도 삼성전자 주식은 상승세가 이어졌고, 종가는 8만전자에 바짝 다가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대장주 삼성전자를 매수해 보유해 왔던 개인 주주들은 주가 하락으로 큰 고통을 겪어 왔다”면서 “내부자 정보는 아니라도 최근 젠슨 황의 발언 내용에 삼성전자 내부 상황을 언급한 것이 있는 만큼, 경영진의 주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식에 거액을 베팅한 역대 임원 중에는 김기남 고문(당시 부회장)의 8억원 베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21년 4월 김기남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1만주를 단 하루에 매수했다. 매수 단가는 8만3800원으로, 총 8억3800만원 어치였다. 개미군단은 김 부회장의 8억 베팅이 삼성전자 주가 흐름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주가는 5만원대까지 미끄러졌다.⇒관련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여기를 클릭하세요.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이 자기 주식을 매매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매매시 신고를 제때 해야 하며, 매매 시점 이후 회사에 중요 이벤트가 발생한다면 미공개 정보 이용과 관련한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회사 경영진이 주식을 매수한 이후 6개월 이내에 매도한다면 단기 매매 차익 반환 대상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