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AI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SKT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 간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8월 18일 밝혔다. 사진은 본계약 체결 후 유영상 SKT CEO(왼쪽)와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기념 촬영하는 모습./SK텔레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0일 6시 1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업체인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다음 달 합병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피온 대주주인 SK그룹이 지분 5.42%를 E1, 하나증권, 그리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합병 법인 기준으로는 1.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은 시리즈A 단계에 채권 형태로 투자했던 주주들인데, 원리금을 돌려받는 대신 사피온 보통주를 받아 합병 법인의 주주로 남기로 했다. SK그룹은 추가로 지분 1.4%(합병 법인 기준)를 매각해 총 3%를 정리할 계획인데, 이 작업 역시 곧 마무리될 것으로 전해진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피온INC가 사피온코리아 지분을 지난 8~9월 두차례에 걸쳐 E1, 하나증권, 어센트EP에 매각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매각대금은 총 180억원 수준이다.

사피온코리아는 미국 사피온INC의 100% 자회사이며, 사피온INC 지분은 SK텔레콤(62.5%), SK하이닉스(25%), SK스퀘어(12.5%)가 나눠서 전량 보유 중이다. SK하이닉스는 ‘SK하이닉스 아메리카’를 통해, SK스퀘어는 ‘SK스퀘어 아메리카’를 통해 사피온INC 지분을 간접 보유하고 있다.

E1, 하나증권, 어센트EP는 지난해 8월 시리즈A 단계에서 컨버터블 노트(Convertible Note) 형태로 사피온에 투자한 바 있다. 컨버터블 노트란 ‘오픈형 전환사채(CB)’라고도 불리는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이다. 전환권을 행사해서 주식으로 바꾸거나 만기(올해 말)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을 수 있다. 다만 CB와 달리 전환 가격을 미리 정해두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주주는 원리금을 상환받는 대신 사피온코리아 보통주를 받아 합병 법인의 주주로 남기로 했다”며 “AI 반도체 분야에서 리벨리온(합병 법인) 만한 기업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에게 넘어간 사피온코리아 보통주는 곧바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바뀐 상태다.

앞서 SK그룹은 합병 법인을 SK 계열사에서 제외하기 위해 지분 총 6%(합병법인 기준)를 정리하기로 한 바 있다. 3%는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하고 나머지 3%에 대해선 리벨리온 측에 콜옵션을 부여했다. 리벨리온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일단 지분 3%를 정리한다면 합병 법인 내에서 리벨리온 대주주 측 지분율이 SK측 지분율보다 1%포인트(p)가량 높아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이 합병 법인과 SK하이닉스 간 거래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위반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소속회사’가 그룹 내 계열사와 거래할 시, 비계열사와의 거래와 차등을 두는 행위는 ‘부당 내부거래’로 규정될 위험이 있다. 합병 법인에 대한 SK의 지분율이 30%에 못미친다 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여부를 정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SK측은 지분 매각이 공정거래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