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미국 주식시장 전망은 밝습니다. 다만 버블 붕괴 위험이 있는 만큼 ‘금’ 비중을 늘리는 게 좋습니다.”
다우평균, S&P500, 나스닥 등 뉴욕 주식시장 3대 지수는 4일 모두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다우평균은 이날 처음으로 4만5000 선을 넘어섰다. S&P500 지수는 올해에만 30% 가까이 올랐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4일과 지난달 26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내년 미국 증시를 낙관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때 공약한 법인세 감세, 보편적 관세 등 조치가 이뤄지면 기업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이유다. 반면 한국 주식에 대해선 “비상계엄 여파가 일시적 충격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은 쌀 때만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오는 20~21일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리는 ‘2025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트럼프가 바꿀 세계경제 미래와 자산 배분 전략’을 주제로 강연한다. 홍 대표는 한국금융연구원과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을 거쳐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국민연금 투자운용팀장 등을 지낸 금융 투자 전문가다.
-트럼프 2기 재무장관으로 스콧 베센트가 지명됐다. 내년 미국의 경제 정책은 어떤 방향일까.
“베센트는 대선 과정에서 ‘3-3-3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재정 적자를 2028년까지 GDP(국내총생산)의 3%로 줄이고, 성장률은 임기 말까지 3%로 끌어올리며, 석유 생산을 하루 300만 배럴 늘리자는 내용이다. 좋은 이야기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다만 내년에 미국 경제는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이 가져올 인플레이션 쇼크를 원유 가격 하락으로 잡으려 할 것이다. 셰일 원유·가스를 크게 증산하면 유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대적인 기업 감세, 관세 인상 등 조치까지 이뤄지면 기업 환경엔 긍정적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24시간 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겠다고도 했다.
“이 전쟁을 저렇게 쉽게 이야기하면 정말 곤란하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에게 명분을 주지 않고 강압적으로 휴전, 종전을 시킬 경우 2차전이 벌어질 수 있다. 그 뒷감당은 우리 몫이 될 것이다.”
-미국 증시의 고공 행진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버블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 S&P500의 PER(주가수익비율)은 23~24배로 1999년 이후 최고다.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인한 기업 이익 증가는 일회성이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한껏 올라간 투자자들의 이익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때 거품은 터질 것이다.”
-AI(인공지능) 열풍을 탄 미국 대형 기술주인 애플, 엔비디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도 불안하게 보나.
“최근 이코노미스트지가 AI 열풍의 세 가지 문제를 특집 기사로 다뤘다. 첫째는 LLM(거대언어모델) 개발에 소요되는 대량의 전기,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둘째는 LLM에 입력할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베이스가 고갈된 것 아니냐는 것, 마지막으로 각 사의 생성형 AI가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점 등을 꼽았다. 이코노미스트가 다소 빨리 경고한 것 같기는 하지만 새겨들을 부분이 적지 않다. 내년까지는 지금과 같은 주가 랠리가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그 뒤는 미지수다.”
-투자자들은 그런 위험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금을 사는 게 좋다. 버블이 터지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가장 크게 다칠 텐데 지난 50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그럴 때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자산이 금이더라.”
-올 연말과 내년 한국 주식시장 전망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 여파는 일시적 충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이후 쌓아온 국가 신뢰도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한국 주식은 위험 자산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마치 휴가철에 바가지를 씌워 손님을 다 쫓아버린 국내 여행지꼴이다. 국내 주식은 쌀 때만 저가 매수하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