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사태 이후 은행주 주가가 조정을 겪으면서 기대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 ÷ 주가)이 높아졌다. 배당 매력만 보면 지금 매수해도 좋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 급등이 은행주들의 주주환원 기준점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는 12·3 계엄 사태 이후 전날까지 5거래일 동안 조정을 겪었다. KB금융은 지난 3일 종가 10만1200원에서 전날 종가 8만3300원으로 17.7% 내렸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 13.2%, 신한지주 11.4%, 우리금융지주 10.2% 등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주도로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때문에 4대 금융지주 모두 올해 들어 주가가 뛰었는데, 탄핵정국에 들어서면서 조정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기대 배당수익률은 올라갔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제시한 KB금융의 2025년 주당 배당금 평균 예상치는 3436원이다. 지난 3일 주가 기준 기대 배당수익률은 3.4% 수준이었는데, 현재 주가 기준 4.1%로 상승했다. ▲신한지주 4.1% → 4.7% ▲하나금융지주 5.6% → 6.4% ▲우리금융지주 7.3% → 8.1% 등도 모두 기대 배당수익률이 올랐다.
여기에 2025년 자사주 소각 추정치를 반영한 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총주주수익률 기대치는 최근 5거래일간 ▲KB금융 6.8% → 8.3% ▲신한지주 7.6% → 8.5% ▲하나금융지주 8.7% → 10% ▲우리금융지주 8.5% → 9.4% 등으로 뛰었다.
총주주수익률만 놓고 보면 4대 금융지주 모두 매력이 커졌지만, 경제 상황이 요동치면서 당초 예상했던 수준의 주주환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다. CET1 목표가 대표적이다. CET1은 자본적정성 지표 가운데 하나로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을 뜻한다.
4대 금융지주는 CET1 목표치를 13% 안팎으로 제시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CET1 비율은 KB금융 13.85%, 하나금융지주 13.17%, 신한지주 13.13%, 우리금융지주 12% 등이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 9월 말 1319원에서 현재 1430원 안팎으로 뛰었다는 점이다. 보통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은 0.02%포인트 안팎 하락한다. 현재와 같은 원·달러 환율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은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KB금융 역시 주주에게 나눠줄 돈이 줄어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밖에 금리 인하 국면에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 수 있고, 경기 둔화로 대출 시장 규모가 축소될 수 있는 점 등도 경계 요인으로 꼽힌다. 정책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상 향후 탄핵정국 방향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지난 4월 총선 때 여당이 대패하자, 금융권 횡재세 도입 우려 등이 불거지며 4대 금융지주 모두 주가가 급락했던 경험이 있다.
국내 증권사 은행 담당 연구원은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주가가 조정을 겪었을 때 4대 금융지주 투자 비중을 늘릴 기회일 수 있다”면서도 “최근 증시 변동성이 너무 커 분할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