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13일 16시 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벤처캐피털(VC) DSC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인 창업 엑셀러레이팅(AC) 업체 슈미트가 3년 전 유치한 투자금의 절반을 토해냈다. 상장 후 회수하는 걸 목적으로 전환사채(CB)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대거 원금 조기 상환을 요구하면서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슈미트는 2021년 12월 3일 30억원 규모로 발행한 ‘제1회 기명식 무보증 사모 CB’의 절반인 15억원을 최근 상환했다. 만기는 2026년 12월 3일이지만, 기관 투자자 전체가 조기 상환 청구권을 행사하면서다.
당초 조기 상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은 CB 발행일로부터 36개월 후였다. 원금의 50%까지 조기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계약했다. 투자자들은 이 시점이 도래하자 마자 청구 가능한 금액 전액에 대한 회수를 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손실의 최소화를 위해 조기 상환 청구권 행사를 택했다고 분석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당시 ‘최대 50%만 상환 청구 가능’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며 슈미트의 상장 후 보통주 전환 수익을 노렸는데, 최근 AC의 상장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자 빠른 회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슈미트는 2021년 CB 투자유치 당시 투자금을 신규 펀드 출자금으로 활용해 운용자산 규모를 키우고 5년 뒤인 2026년 내 상장하기로 한 바 있다. 덕분에 표면이자율은 0%로 책정됐다. CB 만기이자율은 4%로 정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증시에 상장한 AC는 단 한 곳도 없는 상태다. AC들은 자본금 규모를 키우기 위해 잇따라 증시 상장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플루포인트파트너스와 퓨처플레이가 상장을 철회·연기했고, 올해 씨엔티테크도 상장에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AC가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만큼 투자 위험이 크다는 점을 상장의 걸림돌로 꼽는다. AC와 사업 구조가 비슷한 VC를 향한 투자자들의 외면도 악재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VC 19곳 중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슈미트는 이르면 2026년을 목표로 상장 도전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의 위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슈미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34억원, 당기순이익은 7억원에 그쳤다.
한편, 슈미트는 DSC인베스트먼트의 AC 자회사로 2017년 설립됐다. 유망 스타트업을 조기 발굴·육성해 DSC인베스트먼트의 후속 투자를 이끄는 이른바 ‘투자처 발굴 첨병’으로 기능하며 설립 5년 만에 약 1650억원 운용자산(AUM)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