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올해 국내 증시가 부진했던 가운데 대기업 집단(그룹)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시가총액 상위 20대 그룹 중 삼성과 LG를 비롯한 10곳은 뒷걸음질 쳤지만, SK와 HD현대 등 10곳은 덩치를 불렸다.

그래픽=정서희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시가총액 1위는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 17개 시가총액은 506조원으로, 지난해 말 657조원보다 151조원가량 감소했다. 연중 삼성그룹 시가총액이 700조원 선을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컸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지난 7월 10일 524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업황 우려 등이 불거지면서 외국인이 매도 물량을 쏟아냈고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연말 318조원까지 감소했다.

SK그룹이 2위를 차지했다. SK그룹 20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181조원에서 올해 말 202조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지난 7월 175조원까지 치솟았다가, 연말 127조원으로 가라앉으면서 그룹 시가총액 상승 폭이 줄었다.

LG그룹은 연초 SK그룹에 2위 자리를 내주면서 3위로 마감했다. LG그룹 11개 상장사 시가총액은 142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4조원 줄었다. 이차전지와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 주가가 하락한 영향이 컸다.

현대차그룹은 4위를 유지했지만 12개 상장사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보다 1조원 감소한 132조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의 주가가 지난 6월까지 가파르게 올랐지만, 하반기 들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여기에 현대제철과 현대위아 등이 최근 1년 중 최저가를 찍으며 부진했다.

HD현대그룹은 5위로 올라섰다. HD현대그룹 9개 상장사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 34조원에서 올해 말 76조8000억원까지 2배 넘게 뛰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을 신규 상장한 영향도 있지만, HD현대일렉트릭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4배 넘게 뛰었다.

조선소에 수주잔고(일감)가 쌓이면서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등의 주가도 2배 안팎 뛰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사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콕 집어 말하면서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6위는 셀트리온그룹으로 상장사 2곳의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 33조원에서 42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포스코그룹(POSCO홀딩스)은 상장사 6곳의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 94조원에서 올해 말 42조5000억원으로 반토막 나면서 순위도 5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 철강과 이차전지 등 주력 사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향이 컸다.

한화그룹은 순위가 지난해 말 10위에서 올해 말 8위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11개 상장사 시가총액은 30조원에서 41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방위산업이 탄력을 받았고, 한화오션도 뒷받침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각각 9위와 10위로 밀려났다.

11위에서 20위권 그룹에서 두드러지는 순위 변동은 영풍그룹이었다. 지난해 말 시가총액 12조4000억원에서 올해 말 22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 파트너스 간 분쟁이 이어지면서 고려아연과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그룹사 주가가 뛴 결과다. 고려아연은 이달 장 중 한때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5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반대로 롯데그룹(롯데지주)과 CJ그룹은 시가총액 순위가 16위와 17위로 지난해 말보다 4계단씩 밀렸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론에 휩싸였다가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등 그룹사 대부분의 주가가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