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증시에서 진단키트 관련주가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에서 호흡기 질환자가 폭증하고 있다는 소식에 국내 진단키트 등 의료기기 관련 종목이 수혜주로 주목받은 것이다.
다만 그동안 호흡기 질환 등 감염병이 확산한다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관련 테마는 급등락을 반복한 뒤 주가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는 경향을 보였다. 주가 변동성이 큰 테마인 만큼 투자 시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첫 거래일인 이달 2일 체외진단 전문기업 수젠텍은 20.5% 급등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크게 늘었다. 직전 거래일인 작년 12월 30일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13만8975주, 7억원에 불과했지만, 전날에는 519만2809주, 340억원으로 각각 37배, 49배씩 급증했다.
호흡치료기 전문기업 맥아이씨에스(17%)를 비롯해 씨젠(6%), 랩지노믹스(5.6%) 등 진단키트 기업들도 주가가 상승했다. 모두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1거래일 만에 8~20배가량 늘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해당 주식들을 지난 연말 순매도했지만, 전날은 순매수세를 보였다. 랩지노믹스의 경우 개인들이 지난달 30일 4억원 규모로 팔자세를 보이다가 전날에는 반대로 4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전날 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는 유가증권·코스닥시장 합쳐 멕아이씨에스가 9.96%로 상승률 1위를 기록하고, 씨젠(9.50%)은 시간외거래대금 1위(55억원)를 차지했다. 이날 역시 오전 10시 6분 기준 멕아이씨에스와 수젠텍이 10% 넘게 오르는 등 주가가 강세다.
국내 진단키트 등 관련 의료기기 기업들의 주가가 뛴 것은 중국 내 감염병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고, 중국 당국이 해당 감염병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중국 환구시보는 중국 질병통제당국이 원인미상 폐렴에 대해 모니터링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연말에는 주가에 큰 영향이 없었지만, 새해 들어서 테마주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연초부터 테마주 강세가 이어지는 것은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투기성 자금이 관련 테마주에 몰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식시장에 뚜렷한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테마주에 대한 관심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1월 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로 증시 변동성 확대가 예상돼 개별 종목 및 테마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진단키트 등 관련 테마주들이 모두 중·소형주인 만큼 주가가 급등한 후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백신 개발 전문기업 셀리드는 지난해 8월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난다는 소식에 같은 달 9일부터 14일까지 연일 상한가(일일 가격 제한폭 최상단)를 기록했다. 당시 주가는 6000원대에서 1만4000원대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13거래일 만에 다시 6000원대로 내려갔다. 신풍제약, 큐라티스 등 다른 관련주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테마주의 경우 구체적인 실적을 확인한 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지영 연구원은 “실적 모멘텀(상승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테마주는 1월 중 단기 급등 이후 다시 급락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