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 자산을 담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추가 환 정산금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개별 리츠마다 200억~500억원을 추가 차입해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를 통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상장한 리츠가 많은데 일반적으로 3년 주기의 환 헤지(Hedge·위험 회피) 계약 기간을 고려할 때 2024년부터 (환 정산금) 추가 납부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환 헤지 계약은 계약 시점의 환율 대비 만기 시점의 변동분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 은행에 추가로 돈을 내거나 반환받는 구조다. 12·3 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단기 급등하면서 환 헤지 계약을 체결한 리츠가 지급해야 하는 환 정산금이 늘어날 수 있게 됐다.
환 정산금 부담이 예상되는 리츠는 해외 자산을 담은 제이알글로벌리츠,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등이다. 국내 리츠는 제도적으로 원금의 100% 환 헤지를 해야 하고, 배당은 리츠마다 다르지만 대개 50% 이상을 환 헤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연구원은 현재 환율 기준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오는 2월 환 헤지 계약 만기로 330억원의 환 정산금 비용을 납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KB스타리츠는 오는 6월과 11월 환 헤지 계약 만기로 총 480억원, 신한글로벌리츠는 오는 7월과 8월 환 헤지 계약 만기로 총 380억원의 환 정산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연구원은 “환 헤지 계약 만기가 임박한 리츠가 내야 하는 돈은 영구한 ‘손실’은 아니고 앞으로 환율이 하락할 때 돌려받을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2~3년 전 환 헤지 계약 당시의 환율 수준까지 돌아갈 가능성이 작은 것도 분명하다”고 했다.
국내 리츠가 배당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유보 현금을 많이 쌓아두지 않는 만큼 환 정산금이 발생하면 차입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최근 금융기관들이 환 정산금 납입 목적의 대출에 더 보수적 입장이라는 점이다.
해외 자산 투자에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투자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는 “해외 자산을 담은 리츠들은 2023년부터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캐시트랩(배당금 현지 유보), 리파이낸싱(차환) 후 금리 급등에 따른 배당 삭감 등을 연속해서 겪어 주가 할인 폭이 커졌다”며 “환 정산금 부담이라는 새 리스크(위험 요인)로 환율까지 예측해야 한다면 투자심리를 약화할 요인”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최근 북미와 유럽에서 A급 오피스를 중심으로 자산가치 회복과 거래량 반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상장 리츠가 이 효과를 누리려면 주주 배당을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는 운용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