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형평성에 어긋나서 없앤다면서 왜 한국 TR은 예외로 두나요?” “국내 TR에만 예외를 둔다고 해서 한국 증시로 돈이 돌아오겠나요?” “앞으로 10년 동안 TR 투자해서 노후 준비하려고 했는데 속상하네요.”
정부가 해외주식형 토털리턴 상장지수펀드(TR ETF)의 이자·배당에 대해 매년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TR ETF는 매년 이자·배당이 발생해도 분배하지 않고 전액 재투자하다가 나중에 팔 때 총수익누계액(Total Return)에 대해 세금을 내는 상품이다. 투자금 100만원에 대해 첫 해 배당금이 5만원이라면, 다음 해에는 원금과 배당이 합쳐져서 105만원으로 운용된다.
장기 투자할수록 복리 효과가 극대화되어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주로 연금 가입자들이 선호한다. 증권사 연금계좌의 잔고 상위 ETF에도 포함된다. 현재 해외주식형 TR ETF는 6조원에 육박하는데, 대부분 미국 주요 지수인 S&P500이나 나스닥지수에 연동된다.
그런데 정부는 세법을 개정해 오는 7월부터 해외주식형 TR ETF의 이자와 배당 수익에 대해서도 매년 세금(최대 49.5%)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기획재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대원칙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서도 TR ETF는 과세 예정이었다. 다만 한국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내주식형 TR ETF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해외주식형 TR ETF 가입자들은 갑작스러운 과세 변경 방침에 비상이 걸렸다. 개인 투자자인 이모 씨는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왜 국내주식형 TR ETF는 허용해 주느냐”면서 “침체된 한국 증시를 살리려고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지만, 한국 주식은 박스권이라 TR로 투자해봤자 별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장기 투자한다면 TR 유리
노후 대비를 위해 연금 계좌에서 해외주식형 TR ETF를 모으고 있던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크다. 예비 은퇴자들의 노후 준비를 지원하기는커녕, 정부가 오히려 노후 자산을 불릴 선택지를 제한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23년 초부터 ‘나스닥100 TR ETF’에 투자해서 95% 수익을 거두고 있는 50대 회사원 황모씨는 “노후 준비에 최적의 상품이라고 생각해서 투자했는데 소비자 선택을 막는 행정에 아쉽다”면서 “TR ETF가 관리하기도 편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수익률도 높아져 좋았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일반 ETF와 TR ETF에 투자했을 때, 수익률 차이가 얼마나 될까.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5~2025년까지 10년 동안의 코스피200 ETF와 코스피200 TR ETF의 수익률을 비교해 봤더니, 코스피200 TR이 70%로, 코스피200(38%)보다 월등히 높았다.
물론 일반 ETF에 투자하더라도 매년 배당금을 받기 때문에 최종 금액 기준으로 보면 수익률 차이는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년 받은 배당금을 다시 투자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배당세와 거래 수수료 등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두 상품의 수익률이 완전히 같아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내 TR ETF는 어떻게 되나
TR ETF의 매력은 가입자가 신경쓰지 않아도 이자‧배당이 자동 재투자되고, 세금은 먼 미래에 매도할 때 내면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부의 세법 변경에 따라 오는 7월부터 해외 주식형 TR ETF의 장점은 사라지게 됐다. 앞으로 해외주식형 TR ETF 투자자는 매년 이자·배당 등 수익을 받고 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배당금을 받을 때마다 투자자 본인이 신경 쓰면서 수수료를 내고 재투자해야만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현재 운용 중인 해외주식형 TR ETF는 앞으로 월 배당 혹은 분기 배당 등으로 운용 방식이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7일 “해외주식형 TR ETF은 7월 이후 분배형으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