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그래픽=송윤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21일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조선 업종이 일제히 불기둥을 세웠다. 이날 국내 조선 빅3인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 모두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HD현대미포, 인화정공, 한국카본, 동성화인텍 등 조선 관련주들도 일제히 신고가를 찍었다. 조선 업종은 작년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만 50% 가까이 올랐는데, 코스피·코스닥이 모두 약세를 보였던 이날도 상승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조선 업종은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개선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해외 수주가 본격화되는 올해는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며 “트럼프 2기에는 중국과 경쟁을 피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철회했다는 소식에 이날 이차전지 관련주는 약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4% 넘게 하락했고 에코프로비엠은 8%대 급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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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 S&P500 1년간 24% 상승

대통령 취임은 역사적으로 미국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제프리스가 지난 1929년부터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S&P500 지수는 취임식을 기점으로 6개월 후에 약 8.3%, 1년 후에 약 9.5% 상승했다. 지난 2017년 1월 출범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취임 후 1년간 24%가량 상승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시대의 유망 테마로 암호 화폐, 금융, 에너지, 인프라, 방산 등을 꼽는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은 “금융(규제 완화)을 비롯, 방산(지정학적 갈등), 원자력(에너지 안보)은 이전 임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우호적인 테마였던 동시에 수익률 역시 양호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요에 확실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조업이나 관세 무풍지대 기업에 주목하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진환 파인만자산운용 대표는 “관세 규제에서 자유로운 온라인 기업과 인간의 욕망을 채워줄 세밀한 문화를 가진 K뷰티, K팝 등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낡은 인프라 개선에 필요한 조선, 전력 기기 등도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우려와 달리 취임 첫날 신규 관세 부과 조치가 나오지 않은 것과 관련, 박소연 신영증권 이사는 “보편 관세 카드는 완전히 폐기된 것이 아니고, 별도의 징수기관을 설립해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 이사는 이어 “1기 행정부에서는 중국이 주요 타깃이었지만, 이번에는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대만 등 중국의 무역 흑자를 흡수한 국가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美 대선 이후 업종별 희비 엇갈려

그렇다면 지난해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트럼프 당선인의 경기 부양책 수혜 종목에 투자하는 트럼프 트레이드 결과는 어땠을까.

21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가장 성공한 투자는 주택담보대출 금융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베팅한 사람들이었다. 민영화 기대감에 작년 미국 대선 이후 주가가 3배 올랐다. 민간 교도소 기업인 지오그룹도 주가가 2배 올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법을 강화해 불법 이민자 구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지오그룹은 대선 기간 트럼프의 수퍼팩(정치자금 모금 단체)에 100만달러 이상을 기부한 곳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머스크 CEO(최고경영자)의 테슬라도 주가가 70% 가까이 올랐고 비트코인도 10만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반면 원유 관련주는 석유 시추 기대에도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기대에 못 미친 성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작년 미국 대선 이후 조선(46%), 기계(10.6%), 소프트웨어(2.6%), 미디어(2.5%)가 강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화학(-20%), 철강(-17.5%), 배터리가전(-16%), 디스플레이(-11%) 업종은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