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빗썸 라이브센터 모습. /뉴스1
국민은행. /뉴스1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원화계좌를 담당하게 된 KB국민은행이 간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빗썸 고객들과 기존 예치금이 모두 국민은행으로 이동하면 신규 고객 유치는 물론 운용수익까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0일 하루 동안 국민은행에 개설된 신규계좌 건수는 2만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국민은행의 일일 신규 계좌 개설 규모는 3000건에서 4000건 정도인데, 5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지난 20일부터 빗썸이 기존 이용자들의 국민은행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국민은행과 빗썸의 실명 계정 연결을 미리 진행하는 사전등록 이벤트를 시작하면서 계좌개설 수요가 몰린 탓이다.

또한 빗썸의 원화계좌 전환이 처음으로 알려진 13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신규계좌수는 5만5116건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인 6일부터 10일 사이 4일간 신규 계좌수(2만여건)의 두 배가 넘는다. 빗썸의 국민은행 계좌 입출금이 3월 말부터 시작되는 만큼 국민은행의 신규계좌 건수는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계좌수가 급격히 늘면서 빗썸의 기존 원화계좌인 NH농협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의 대규모 ‘머니무브’도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빗썸의 예치금 규모는 9327억원이다. 현재 빗썸 이용자 대부분이 은행 갈아타기에 호의적인 분위기여서, 국민은행은 당장 3월부터 1조원 규모의 예치금 운용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예치금을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통해 운용할 방침이다.

빗썸이 지난 7년간 함께했던 원화계좌 파트너를 변경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가상자산 투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20~30대 투자자에게 NH농협은행 애플리케이션(앱)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꼽힌다. 또한 다른 은행 파트너들과 달리 농협은행이 가상자산 거래를 목적으로 한 계좌 개설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는 민원을 많이 받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빗썸이 미래 먹거리로 공략하고 있는 법인계좌와 관련해서도 국민은행과의 제휴가 유리하다. 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적은 편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을 보면 농협은행이 104조9076억원으로 가장 적었고 국민은행은 172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제휴 중인 신한은행이 158조9865억원, 이어 ▲하나은행(161조4350억원) ▲우리은행(168조1680억원) 순이다.

금융 당국은 올해 법인계좌를 단계적으로 허용할 방침을 밝혔고 빗썸은 지난해부터 발 빠르게 법인 영업팀을 구성하는 등 점유율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기업들의 거래 규모가 개인보다 큰 만큼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은 70% 이상을 업비트가 차지하고 있는데, 빗썸은 법인계좌로 활로를 찾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계좌 변경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있다. 국민은행에서 실명계좌를 새로 만들면 거래한도 제한계좌로 설정돼, 3개월 동안은 하루 이체한도가 100만원으로 제한된다. 빗썸 관계자는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회사도 인지하고 국민은행 측에 요구했으며 현재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라며 “은행이 변경되기 전에 한도 문제가 해결되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