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앞지른 것으로 추산됐다. 증권사들은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더 증가해 삼성전자 전체 사업 부문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기록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치다. 특히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이익이 15조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역전에 성공한 셈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전체 사업 부문 영업이익 규모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외 36개 증권사의 전망치를 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으로 평균 34조6900억원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전사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37조2460억원이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 격차가 지난해 9조2600억원에서 올해 2조3000억원으로 좁혀질 것으로 봤다. NH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망치인 만큼 실제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SK하이닉스가 현대전자 시절이었던 1990년부터 따져봐도 30년 만에 영업이익 격차가 가장 줄어들거나, 어쩌면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실적 기록이 남아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이익을 비교해 보면 1994년 삼성전자 1조4468억원, SK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 6588억원으로 7880억원 차이를 보였던 것이 최소치다. 이어 1996년 2조692억원이 두번째로 작은 차이다. 이후에는 삼성전자가 치고 나가면서 2017년 39조9237억원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 격차가 좁혀진 요인으로 인공지능(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성과가 첫손에 꼽힌다. SK하이닉스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부터 기술 측면에서 크게 앞서 나가고 있는 가운데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부진한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이를 고려해 지난 3개월간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를 15조원가량 하향 조정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는 8000억원 낮추는 데 그쳤다.
SK하이닉스도 HBM 분야에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경영실적 발표후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HBM 매출이 2023년과 비교할 때 4.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가장 수익성이 좋은 HBM3E 12단 제품이 올해 상반기 출하량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중 메모리 가격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주요 미국 고객사에 HBM3E 12단 판매를 늘리지 못하면 메모리 부문 출하량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불리한 구도가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투자 매력은 별개라는 의견도 있다. SK하이닉스가 HBM 강점에 힘입어 현재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등이 진입하면 범용 반도체 업황 둔화에 따른 조정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증권사의 2026년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삼성전자 49조780억원, SK하이닉스 38조6480억원으로 다시 벌어질 것으로 본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움직여 왔던 주가가 HBM 때문에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이게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은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각각 5만3700원, 21만9500원에 거래됐다. 이를 기준으로 증권사 목표주가 대비 상승여력은 삼성전자 42.5%, SK하이닉스 18.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