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와 메리츠화재는 지난 9일 MG손보 본사에서 실사에 착수했다가 노조가 현장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중단했다. /뉴스1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본사의 모습. /뉴스1

메리츠화재의 MG손해보험 인수가 MG손해보험 노조의 반대로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노조는 고용 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의 인수를 철회하라며 매각을 위한 실사를 무력으로 거부하고 있다. 반면 금융 당국으로부터 공개매각을 위탁받은 예금보험공사는 이번 매각이 무산되면 MG손해보험의 청산·파산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MG손해보험에 선택지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라며 예보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만약 MG손해보험이 청산·파산되면 MG손해보험 가입자 124만명(보유계약 156만건)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예보도 지난 16일 “만에 하나 청산·파산 방식으로 (MG손해보험을) 정리할 경우 보험 계약자의 직접적인 피해 가능성도 존재한다”라고 했다.

청산·파산이 결정되면 124만명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대 5000만원을 보상받고 지금껏 유지한 보험 계약은 강제로 해지된다. 결국 124만명은 다른 보험사 상품에 가입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 사이 병에 걸린 이력이 있거나, 만성질환이 생긴 경우, 건강을 이유로 검사·치료를 받은 기록 등이 있다면 비싼 보험료를 내거나 최악의 경우 보험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 MG손해보험이 문을 닫으면서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위험 보장이 상실된 고객이 속출하는 셈이다.

보상금이 해약환급금을 기준으로 지급된다는 것도 문제다. 건강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은 질병에 걸리면 많은 보험금이 지급되지만, 계약이 해지될 때 돌려받는 해약환급금은 지금껏 납부한 보험료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 최대 5000만원을 받을 수 있어도, 실제 받는 보상금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장기간 유지한 저축성 보험은 해약환급금이 많지만, 보상금이 최대 5000만원이라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변액보험과 같이 낸 보험료로 펀드 등(유가증권)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구조의 상품은 예금자보호법에서 제외된다. 다만, 변액보험이라도 보험사가 일정 수준의 이율을 보증하는 형태의 상품은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다.

일각에선 과거 리젠트화재 사태 때처럼 MG손해보험이 청산·파산해도 MG손해보험의 계약을 다른 보험사에 이전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예보는 계약이전과 청산·파산을 혼동한 것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예보에 따르면, 2001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리젠트화재는 매각이 불발되자 이듬해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5개 보험사에 계약을 이전하고 2003년 법원 선고에 따라 파산했다. 이는 리젠트화재를 5개로 쪼개 각 보험사에 매각(계약이전)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청산·파산이 언급되는 MG손해보험과는 상황이 다르다. MG손해보험을 메리츠화재 매각하는 것이 곧 메리츠화재 한 곳에 계약을 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예보의 설명이다.

예보가 리젠트화재 때처럼 계약을 다수 보험사에 이전하는 방식을 추진하면, MG손해보험을 공동 인수할 보험사를 물색해야 한다. 하지만 메리츠화재 이외 다른 보험사가 MG손해보험 계약을 떠안으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매각이 불발되면 계약이 종료되고 청산·파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계약이전은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것이고, 청산·파산은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다”라며 “이 두 가지를 혼동해서 MG손해보험이 청산·파산해도 계약이전을 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했다.

한편 노조는 최근 예보에 매각 실사가 영업비밀 침해 등과 관련한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보는 법률 검토 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면, 노조가 실사에 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